그림을 그리는 행위만으로 행복…첫 전시회 수익금 전액 기부

 

평생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은 목록을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 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위해 꼭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기에 이러한 말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실행조차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그것을 도전한 이들이 대단해 보인다.
여기 자신의 어릴 적 꿈을 향해 도전하면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는 이가 있다. 미술 선생님을 꿈꾸던 한 미용사가 그림을 취미로 그리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 생애 처음으로 전시회까지 개최해 화제가 됐다. 광양읍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다남(59) 작가가 그 주인공.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꿈 그리고 행복한 전시회
“직장일로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지만 어릴 때부터 미술 선생님이 꿈이라는 마음 속 외침이 저를 다시 태어나게 했어요.”
이다남 작가는 지난 5월 6일부터 15일까지 광양읍 549갤러리에서 ‘이다남 첫 나들이 전’을 개최했다. 생애 첫 전시회 준비가 미흡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이 전시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는 7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꿈이 미술선생님이었고, 선생님으로서 그 꿈을 이룩할 수는 없어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붓을 잡았다고 한다.
어느 날, 딸의 스케치북과 물감 등 미술도구가 눈에 들어왔을 때 그는 괜스레 용기를 내어봤다.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봤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감이 들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그림을 하나씩 그려 완성될 때마다 미용실에 전시했고, 미용실 손님들도 그것을 보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입소문이 나면서 광양시문화사업단 관계자가 미용실로 찾아왔다.
“저에게는 그림 그리는 작가라는 이름이 생소해요. 광양시문화사업단의 관계자가 전시회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라는 이름을 쓰길래 제가 그럴만한 자격이 되냐고 반문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광양시의 도움으로 첫 전시회가 끝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 전시회 판매 수익금 전액기부
이다남 작가의 그림은 보통 가로 31cm, 세로 23cm 정도의 규모로 작다. 미용사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림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의 크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보통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시간은 1주일에서 15일 정도다.
“처음에는 퇴근 후나 휴일을 이용해 집에서만 그림을 그렸었는데 점점 재미가 붙으면서 미용실 한 켠에 작업실을 마련했어요. 그러면서 틈틈이 미용실에서도 그림을 그리면서 작품수가 많아지게 된 겁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36개의 작품을 전시해 20개의 작품을 판매했으며, 판매한 수익금은 YWCA 무료급식센터에 전액 기부했다. 가격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자신의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생애 첫 전시회를 개최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광양시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많은 화가 분들을 만난 게 정말 좋았어요. 그분들에게 조언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제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정할 수 있었어요.”
그는 이제 그림 그리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도전을 통해 성숙한 시각을 가진 또 다른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그림을 통해 제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재능에 도전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의 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림을 손 놓지 않고 계속 공부해 실력을 쌓아 광양시 미술협회에 등록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항상 따뜻한 그림을 그려 세상을 밝게 하고 싶은 게 그의 포부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우리가족은 ‘자신감은 가족의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라는 말을 가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말처럼 언제나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남편과 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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