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梅(춘매)                       
   叙光 張喜久

    해동의 언덕 위에 춘매가 피어나고
    원근의 아름다운 경치를 두루보네
    찬란한 형용을 감싸 춘매칭찬 아끼잖고.
    春梅始發海東皐   遠近周看麗景遭
    춘매시발해동고   원근주간여경조
    燦爛形容華色染   弄其與友此時敖
    찬란형용화색염   롱기여우차시오

해동언덕 춘매 활짝 원근 경치 아름답고, 
화려한 색 물들이니 벗과 함께 즐기리라

어느 시인은 춘매(春梅)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시상을 이끌어냈다. [담장 밑엔 잔설이 찬바람과 노는데 / 매화는 안달이네, 꽃봉오리 내밀어 / 해마다 꽃샘추위 시샘을 당하건만 /  그 절개 변함없어 그를 다시 보리라]라고 했다. 꽃샘추위를 견디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애잔하게 피어 있는 매화꽃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에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도 다 연민의 정이 있기 때문이리라. 시인은 춘매가 해동의 언덕 어디에서나 피니, 원근에서 두루 보아도 아름다운 경치 만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찬란한 형용이 화려한 색으로 물을 들이니(春梅)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춘매가 비로소 해동의 언덕 어디에서나 피어나니 / 원근에서는 두루 보아도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네 // 찬란한 형용은 화려한 색으로 물들이니 / 그를 희롱하는 벗과 더불어 이 때에 즐기며 논다네]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을 조정한다. 화자의 행동반경을 적절하게 안배한다. ‘해동언덕 춘매 활짝 원근 경치 아름답고, 화려한 색 물들이니 벗과 함께 즐기리라’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눈을 딛고 선 매화를 보며]로 의역된다. 춘매가 모진 겨울을 딛고 섰다고 하여 ‘납월삼백(臘月三白)’이라는 이칭을 붙였단다. 음력 섣달에 눈을 딛고 피어나는 홍매와 백매의 순결을 두고 퇴계는 매화를 곁에 두고 시를 읊었다. 남긴 시가 얼마나 정결했던지 퇴계를 가르켜 매화시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한다. 봄을 제일 먼저 몰고 오는 꽃이 매화라고 했으니, 매화가 있었기에 봄이 있다는 말도 섣부르게 들을 말은 아닌 듯 싶다.
시인은 이런 매화의 고절하고 높은 기상에 박수를 보낼 양으로 자기 의지를 찾아 칭송하는 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시인은 춘매가 비로소 해동의 언덕 어디에서나 피어나니 원근에서 두루 보아도 아름다운 경치를 만난다고 했다. 매화는 꽃이 피는 기상이 그렇듯이 번식력이 강해서 어느 흙, 어느 기후조건 아래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매화를 더욱 사랑했을 것이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홍매에 취했던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음직도 시상을 떠올리는 시상은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매화의 찬란한 형용은 화려한 색으로 물들이니, 그를 희롱하는 벗과 더불어 이 때에 즐기며 놀았다는 시상을 어루만진다. 홍매 백매들이 한데 어울리는 장관을 보고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시인이 없으리니.

【한자와 어구】
春梅: 춘매. 始發: 비로소 피다. 海東皐: 해동의 언덕에. 遠近: 가깝고 멀다. 周看: 주변에서 보다. 麗景遭: 화력한 경치를 만나다. // 燦爛: 찬란하다. 形容: 형용하다. 華色染: 화려한 색으로 물들이다.  弄其: 그를 희롱하다. 與友: 벗과 더불어. 此時敖: 이 때에 즐기며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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