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朴淵瀑布(박연폭포)
                                           叙光 張喜久

        송악의 도읍지가 두 호걸을 부르는데
        벽계수 지족선사 어디에 잠들었나
        남북의 시선들 만나 상호대화 나눴으면.
        松嶽雄都唱二豪   朴淵瀑布慰安皐
        송악웅도창칠호   박연폭포위안고
        碧溪豈眠存知足   南北詩仙對話遭
        벽계기민존지족   남북시선대화조

‘송악 도읍 찾아가서 박연폭포 위안하고, 
벽계 지족 어디갔나 남북시선 만났으면’

박연폭포하면 황진이와 서화담을 떠올린다. 송도삼절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북녘 땅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내 나라, 내 땅이 아니던가. 도라산(都羅山) 출입관리사무소에서 개성시까지는 불과 18km이고, 다시 개성시에서 박연폭포까지는 16km다. 757m의 천마산과 대흥산성 그리고 764m의 국사봉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박연폭포를 이룬다고 한다. 시인은 송악의 웅장한 도읍지는 두 호걸을 부르고, 박연폭포는 위안을 보내는 언덕을 이루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남북의 시선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만났으면(朴淵瀑布)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가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송악의 웅장한 도읍지는 두 호걸을 부르고 / 박연폭포는 위안을 보내는 언덕을 이루었네 // 벽계수와 지족선사는 어디에 잠들었다던가 / 남북의 시선들이 서로들 대화하면서 만났으면 좋겠네]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 시인과 대화하듯이 시상의 요약을 간추린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박연폭포를 참아 굽어 보며]로 의역된다. 박연이란 명칭은 옛날에 박진사가 이 폭포에 놀러왔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도취되어 폭포 밑 못 속에 사는 용녀에게 홀려 백년가약을 맺었다. 진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이 폭포에서 아들이 떨어져 죽었다고 생각하고 비탄에 빠져 자신도 폭포 밑에 떨어져 죽었다. 그래서 그 담을 고모담이라 하고, 박씨의 성을 따서 박연폭포라 부르게 되었다도 하며, 바가지와 같이 생긴 담소에서 떨어지는 폭포라고 하여 박연폭포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시인은 박연폭포의 유래담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고려의 잔잔한 역사가 흐르는 현장이 도취되었음을 떠올리고 있다. 송악의 웅장한 도읍지는 여행하는 두 호걸 부르고, 박연폭포는 여행 혼 호걸에게 위안을 보내는 언덕을 이루었다고 했다. 마치 명월 황진이가 살아서 화답이라도 할 것이라는 상상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화자는 명월의 시상 속으로 스며들어가 시인의 심회를 후정으로 다 쏟을 양하는 의기까지 보인다. 시상 속에 묻어나온 벽계수와 지족선사는 어디에 잠들었다던가를 물으며 앞으로 남북의 시선들이 나와 대화를 나누었으면 가슴 벅찬 생각을 해 내기에 급급해 보인다. 시인의 시상이 여기까지 미치자 시인의 상상은 긴 날개를 달았으리라 생각된다.

【한자와 어구】
松嶽: 송악. 雄都: 웅장한 도읍지. 呼二豪: 이호라고 부르다. 朴淵瀑布: 박연폭포. 慰安皐: 위안을 보내는 언덕을 이루다. // 碧溪: 벽계수. 豈眠存: 어디에 잠들었는가. 知足: 지족선사(벽계수와 지족선사는 황진이와 관계된 인물), 南北詩仙: 남북의 시선. 對話遭: 대화하면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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