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邊山落照臺(변산낙조대) 
                                         叙光 張喜久

        낙조대 높은 돈대 월명암 구슬 같고
        송림 속 푸른 바위 신령스런 경치인 걸
        시심의 도도한 취흥 휘두르지 못한 난필.
        落照高臺一色齊   庵名日月碧巖珪
        낙조고대일색제   암명일월벽암규
        松林曲曲神靈景   醉興陶陶亂筆携
        송림곡곡신령경   취흥도도란필휴

‘돈대 일색 낙조대엔 월명암 위 푸른 바위, 
송림 굽은 신령 경치 취흥 난필 휘두르며’

 

동해안과 남해안은 일출(日出)을 볼 수 있는 절경이 많은 반면에, 서해안은 일몰(日沒)을 볼 수 있는 낙조대가 많은 것이 그 특징이다. 달이 한 달에 한 번 씩 상현上弦으로 왔다가 하현下弦으로 기우는 이치와 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내변산 낙조대, 선운산 낙조대, 유달산 낙조대, 대둔산 낙조대, 강화 고려산 적선사 낙조대 등이 있어 일출에 못지않게 일몰을 절경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다. 시인은 낙조대 높은 돈대는 일색으로 가지런하고, 월명암 위의 푸른 바위들은 구슬 같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송림의 굽이굽이는 신령스런 경치와 같네(邊山落照臺)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낙조대 높은 돈대는 일색으로 가지런하기만 하고 / 월명암 위의 푸른 바위들은 구슬 같다네 // 송림의 굽이굽이는 신령스런 경치와도 같고 / 마냥 취흥에 도도하여 난필을 휘두르며 글을 쓰네]라는 시상이다. 풍부한 상상은 시를 살찌게 한다. 시인의 상상력 주머니를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변산 낙조대에 올라서서]로 의역된다. 바다로 뭉툭 튀어나온 변산반도만큼 일몰 풍경이 아름다운 곳도 없겠다. 채석강 기암절벽 옆으로 떨어지는 햇덩이도 감동적이고, 적벽강 해벽을 빨갛게 달아오르게 하는 석양도 눈물을 머금게 한단다.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작은 섬 위로 떨어지는 낙조도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새겨질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상적 묘미를 생각한다.
 위와 같은 감상적 시상에 젖었던 시인은 일몰의 아름다운 경치를 하나도 놓지지 않으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은 낙조대 높은 돈대는 일색으로 가지런하기만 하고, 월명암 위의 푸른 바위들은 마치 구슬과 같다는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일몰(日沒)을 재촉하면서 멀리 떨어지는 낙조는 그저 보기만 해도 한 폭의 그림이 바로 선현들이 즐겨 썼던 산수화 한 폭이었을 것이다.
 화자는 낙조대 주위에 낙조의 시상을 칭찬이나 할 양으로 가로 놓여진 송림이 아슴하게 가리는 모습이 그 풍치를 더해 주었을 것이다. 송림의 굽이굽이는 마치 신령스런 경치와도 같고, 취흥이 도도하기만 하여 난필을 휘둘러본다고 했다. 낙조가 시작되는 황홀한 순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화자의 시상이 상상된다. 투박한 말씨에 텁텁한 막걸리 한 주발은 취흥을 더했을 것은 분명했으리라.

【한자와 어구】
落照: 낙조. 高臺: 높은 돈대. 一色齊: 한 색이 가지런하다. 庵名: 월명암. 日月: 해와 달. 碧巖珪: 푸른 바위의 구슬<珪: 홀 규, 圭의 고자>. // 松林: 송림. 曲曲: 굽이굽이. 神靈景: 신령스러운 경치.  醉興: 취흥. 한 잔술에 취한 흥취. 陶陶: 도도하다. 亂筆携: 난필을 휘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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