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鏡浦臺(경포대) 
                                        叙光 張喜久

        경포의 높은 누대 허리 두른 푸른 기미
        오죽헌 관동팔경 동해를 불러내서
        천하의 풍류를 모아 만세토록 웅장하리.
        鏡浦高臺繞翠微   老松烏竹石碑依
        경포고대요취미   노송오죽석비의
        關東八景雄高絶   天下風流萬歲輝
        관동팔경웅고절   천하풍류만세휘

‘경포 누대 푸른 기미 노송 돌비 의지하고, 
관동팔경 높은 절경 천하 풍류 만세토록’

 

강릉 경포대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고려말 충숙왕 13년인 1326년 지중추부사 박숙에 의해 창건 된 누정 건물이다. 이후 안축의 [경포대신정기(鏡浦臺新亭記)] 기문記文에 "옛날 영랑선인이 놀던 곳이며, 정자가 없어 비비람이 치는 날 놀러 왔던 사람들이 곤욕스럽게 여겨 작은 정자를 지었다"라고 했다. 창건 당시 이전 시대의 주춧돌과 장대석이 발견되어 이전시대부터 건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가깝게 다가오는 세모에 정감은 새롭고, 많은 일을 하면서 금년을 바쁘게만 보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부귀와 공명은 마음의 과욕을 씻어 내려고 하네(鏡浦臺)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경포의 높은 누대는 푸른 기미를 둘렀었고 / 오죽헌의 노송은 돌비에 의지하고 있구나 // 관동팔경의 높은 절경이 웅장하는데 / (번안시조 이렇게 쓰는) 천하의 풍류만은 만세토록 빛나겠네]라는 시상이다. ‘화자’가 떠받친 반전은 시의 격을 높이는 큰 요채가 되고 있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경포대에서 바라보면서]로 의역된다. 경포대와 경포호의 자연풍광을 관동팔경에 비유한 경포팔경과 호해정을 중심으로 한 팔경, 김극기의 강릉팔영 등이 전해 오고 있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조망한 곳이다. 심성을 수양하는 곳일 뿐 아니라 풍부한 문학적 소재성 등 문화적, 경관적 요소가 결합된 누정으로 장소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유서가 긷든 강릉 경포대에 대한 감화가 남다르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그래서 경포대의 높은 누대에는 푸른 기미가 둘렀있다고 하면서 오죽헌의 노송은 돌비에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강릉하면서 경포대와 오죽헌을 떠올리는 것도 시상을 일구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포대가 생긴 이후로 한다한 시인 묵객들이 이 곳에 들려 많은 시상을 떠올렸다.
 경포대에 대한 선경을 두 주먹으로 꼭 쥐었던 화자는 후정을 곱게 다듬어 놓지 아니할 수 없었음을 보인다. 절경의 웅장함에 취한 나머지 관동팔경의 높은 절경이 웅장하는데 번안시조 이렇게 쓰는 천하의 풍류만은 만세토록 빛나겠다는 시상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의 시적인 감흥이 어디까지 가야만 그 끝이 보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의 실마리가 풀이지 않는다. 만세에 빛나는 작품과 시평의 고개를 보기 때문이다.

【한자와 어구】
鏡浦高臺: 경포고대. 繞翠微: 푸르게 둘러 숨겼다. 老松: 늙은 소나무. 烏竹: 오죽헌. 石碑依: 돌비에 의지하다. // 關東八景: 관동팔경. 雄高絶: 고절이 웅장하다. 天下風流: 천하의 풍류. 혹은 천하 제일의 풍류. 萬歲輝: 만세에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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