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출신 사진작가 이경모 선생의 유작을 전시하는 ‘대한민국 그날의 시선’ 오픈식에서 고한상 사진작가(맨 오른쪽)가 선생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흑백사진 속에는 민초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픔과 비극의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광양이 낳은 대한민국 사진계의 거장 故)이경모 선생의 사진전이 추모 2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광양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문을 열었다. 
광양시문화도시사업단이 ‘고)이경모 사진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의 성과물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그날의 시선’전이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사진전은 해방에서부터 한국전쟁을 중점적으로 다룬 ‘격동기의 현장’ 그리고 그 이후의 근대사 사진들까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1945~1970년대의 광양을 비롯한 광주, 경주, 수원, 서울, 제주 등 각 지역들의 문화유산과 생활사를 담은 근·현대 사진 31점을 선보이고 있다.
故)이경모 선생은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1946년 지금 광주일보의 전신인 호남신문사 사진부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종군기자로 여수·순천사건을 취재했으며, 한국전쟁기에는 국방부 정훈국 보도와 사진대 소속 문관으로 종군하여 전장의 상황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 
무엇보다 그의 사진은 우리나라 사진예술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진전에서도 이런 격동기의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한 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광양이 낳은 대한민국 사진계의 거목이지만 정작 고향인 광양지역에서는 크게 조명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전시회 오픈식을 찾은 참석자들도 하나같이 이 점을 안타까워했다.
김종호 광양문화원장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기존의 두드러진 업적이 없는 작가일지라도 그 연관성을 찾아서 발굴해 지역의 문화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진학회의 거장인 故이경모 선생은 광양의 아들로서 이미 광양을 알리고 있다. 광양은 축복을 받은 것과 같은 이치인데 이러한 것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짓을 하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성호 광양시의원은 “이렇게 훌륭하신 광양출신 인사를 지금까지 제대로 알지 못한 점이 부끄럽다”며, “뒤 늦게 알게 된 만큼 그의 업적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故이경모 선생의 장남 이승준씨는 “2010년 광양시에서 아버지 사진전시관 건립을 제의받았지만 지금까지도 전시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진전시관이 마련될 수 있기에 2023년까지만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사회의 무관심으로 故이경모 선생이 생전에 일생을 함께했던 분신과도 같은 1,500여대의 카메라와 보도·예술사진은 광주 동신대에 기증한 상태다. 이로인해 국내 유일의 ‘카메라박물관’이 광주에 만들어져 있다. 현재 광양예술창고에서 선생의 카메라 일부와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지만 지역의 무관심이 더 심해지면 이마저도 빼앗길 수 있다.
故이경모 선생은 한국사진작가협회와 한국사진작가단의 결성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심사위원장을 지냈다. 92년 화관문화훈장, 97년 금호예술상을 받았다. 
광양사진협회의 한 회원은 “지역출신의 탁월한 예술가의 업적이 지역내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지역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과 관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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