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立夏禮讚(입하예찬) 
                                        叙光 張喜久

        꽃지는 나뭇가지 여름으로 옮겨가고
        덥지 않고 춥지 않은 이 좋은 가절인데
        끝 봄이 순환해가네 세속 잊고 시 읊고.
        落花萬樹葉靑枝   春季循環自夏移
        락화만수엽청지   춘계순환자하이
        不暑非寒佳節到   俗忘詩詠樂同卮
        불서비한가절도   속망시영락동치

‘낙화만수 푸른 잎은 여름으로 옮겨가고, 
더위 추위 아닌 가절 시를 읊어 즐기면서’

 

‘입하’는 ‘곡우’와 ‘소만’ 사이에 들며 양력 5월 6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45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입하가 되면 곡우에 마련했던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분망해지는 절기다. 여름이 다가온 것을 비로소 알리게 되는 입하에는 바야흐로 신록을 재촉했다. 입하가 되면 여러 가지 농작물도 잘 자라게 되지만 특히 병충해도 많이 발생한다. 농작물이 잘 자란만큼 잡초도 무성하게 자란다. 꽃은 떨어지고 많은 나뭇가지에 잎이 푸르니, 끝 봄이 순환하여 자연히 여름으로 옮겨 간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더위도 아니고 추위도 아닌 좋은 가절에(立夏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꽃은 떨어지고 많은 나뭇가지에 잎이 푸르니 / 끝 봄이 순환하여 자연히 여름으로 옮겨 가구나 // 더위도 아니고 추위도 아닌 좋은 가절에 이르러 / 세속을 잊고 시를 읊으며 술잔으로 같이 즐기세.]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서 시인의 입장과 화자의 입장을 비교한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입하를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입하에는 농촌에선 병충해를 방제하는 일과 잡초 제거하는 일에 분주하다. 이 무렵부터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었던 시절식이란 풍습도 있었다. 이 때는 각종 병충해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을 맞아하여 집 안팎의 여름철 위생에 특히 주의한다.
 시인은 봄에 피었던 꽃이 떨어지면서 제법 나뭇가지에 잎에 푸르러지는 모습에서 시심이 우러났다. 꽃은 떨어지고 많은 나뭇가지에 잎이 푸르니, 끝 봄이 순환하여 자연히 여름으로 옮겨 간다고 했다. 묵묵히 옮겨가는 자연의 순환 앞에 허기진 목을 추겼겠다.
 화자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는 화한 계절에 시지를 가득 채우지 않으면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위도 아니고 추위도 아닌 좋은 가절에 이르러서, 세속을 잊고 시를 읊으며 술잔으로 같이 즐기자고 했다. 자연의 순환 앞에 여름을 재촉하는 이 시기에 시상의 한 모금인들 발동하지 아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입하를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땅강아지(청개구리)가 고개를 들어 울어대고, 중후에는 땅에서 지렁이가 슬며시 기어 나오며, 말후에는 참외가 먹음직스럽게 생산되는 계절이라고 했다. 입하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立夏의 三候에는 初候螻蟈鳴하고 中侯蚯蚓出하며 末候王瓜生이라] 했다.

【한자와 어구】
萬樹: 모든 나무. 葉靑枝: 가지에 잎이푸르다. 循環: 순환하다. 自夏移: 자연히 여름으로 옳기다. // 不暑: 더위도 아니다. 非寒: 차지도 않다. 佳節到: 좋은 계절이다. 俗忘: 세속을 잊다. 詩詠: 시를 읊다.樂同卮: 술잔 들어 즐기다. / 螻蟈(루괵): 땅강아지. 蚯蚓(구인): 지렁이. 王瓜王瓜): 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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