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春分禮讚(춘분예찬) 
                                        叙光 張喜久

        춘분 경색 아름다워 만리화풍 부는 거리
        하늘엔 기러기 떼 구름 속에 사라지고
        물가를 뛰어 다니는 동네 입구 개구리.
        大地春分景色佳   和風萬里滿人街
        대지춘분경색가   화풍만리만인가
        天空雁陣飛雲裏   洞口蛙群躍水涯
        천공안진비운리   동구와군약수애

‘대지 경색 아름답고 만리 풍화 사람 가득, 
기러기 떼 날아가고 개구리들 뛰어 다녀’

 

‘춘분’은 ‘경칩’과 ‘청명’ 사이에 들며 양력 3월 21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360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항하여 적도를 통과한 지점이다. 춘분을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들은 파종하고 아울러 화단의 흙을 일구어 식목일에 씨뿌릴 준비도 한다. 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을 엄숙하게 행해야만 한 해 걱정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해서 춘분의 의미를 크게 했다. 하늘엔 기러기 떼가 구름 속에서 날아가고, 동네 입구에는 개구리들이 물가를 뛰어 다니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동네 입구엔 개구리들 물가를 뛰어 다니고 있네(春分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춘분의 대지엔 경색이 아름답기만 한데 / 만리에 화풍이 부니 거리에 사람이 가득하네 // 하늘엔 기러기 떼가 구름 속에서 날아가고 / 동네 입구엔 개구리들이 물가를 뛰어 다니고 있네.]라는 시상이다. 풍부한 상상은 시를 살찌게 한다. 시인의 상상력 주머니를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춘분을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춘분에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한다. 이 날엔 고기잡이도 나가지 않고, 먼 길을 가는 배는 타지도 않았다. 태양의 황경이 다시 0도로 돌아와 한 해가 시작되는 춘분에 즈음하여 자기의 여건과 처지에 따라 새로운 설계를 하기도 했다.
 시인은 자연의 온갖 경색이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상을 꺼내들고 새로운 설계에 만족했음을 보인다. 춘분에 온 대지엔 경색이 아름답기만 한데, 만리 화풍和風이 부니 거리엔 사람이 가득하다 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한 줌 바람은 여간 낯을 간지럽게 하지 안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화자는 오는 봄도 매만지면서도 떠난 겨울 앞에 서서 아쉬움까지 보내는 시심이다. 하늘에는 기러기 떼가 구름 속에서 날아가고, 동네 입구엔 개구리들은 물가를 뛰어 다니고 있네. 그렇지만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에 시선을 돌리며 맞이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춘분을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남쪽으로 갔던 제비가 제 고장을 찾아 날아오고, 중후에는 비가 오기 위해 뇌성이 이내 발성하며, 말후에는 비로소 번개가 치기 시작하는 계절이라고 했다.춘분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春分의 三候에는 初候玄鳥至하고 中侯雷發聲하며 末候始電이라] 했다.

【한자와 어구】
大地: 대지. 景色佳: 경색이 아름답다. 和風: 화한 바람. 萬里: 만리. 滿人街: 사람들이 가득하다. // 天空: 하늘. 雁陣: 기러기떼. 飛雲裏: 구름 속에서 날다. 洞口: 동네 입구. 蛙群: 개구리들. 躍水涯: 물가에서 뛰고 있다. / 玄鳥(현조): 제비. 雷(뢰): 뇌성. 전(電): 번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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