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던 것이 이른바 ‘해피아’다. 해양수산부 관료와 업계가 유착한 ‘해양 마피아(해피아)’가 사고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면서 이른바 ‘해피아’를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크게 고조된 바 있다. 최근 임기 만료를 앞둔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임원 자리에 낙하산 임명을 반대한다는 노조의 성명 발표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후에도 여전히 ‘해피아’는 근절되지 않고,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노조가 성명을 통해 반대한 ‘낙하산 임명’은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항만공사는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ㆍ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항만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의 중심기지로 육성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항만공사법 제3조에서는 ‘국가는 항만공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항만공사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항만공사들이 법에 따라 자율적 운영을 보장받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율적 운영 체제 하에서 낙하산 인사가 공공연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무역항을 항만공사를 설립해 관리, 운영토록 하는 것은 각 항만이 지닌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여수광양항은 컨테이너항과 더불어 철강과 석유화학의 원료 및 제품을 처리하는 융복합항만이고, 부산항은 컨테이너부두에 특화되어 있으며, 울산항은 석유화학 화물에, 인천항은 대중국화물에 특화되어 있는 항만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항만공사가 설립된 것은 항만 운영 및 관리의 민영화와 지방화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기에 항만공사법에서는 공사 사장 임명에 대해 ‘해양수산부장관이 해당 시ㆍ도지사와 협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장 및 감사를 제외한 그 밖의 임원은 사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사장이 임원을 임명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을 제외한 임원 중 해양수산부 출신 임원의 행태에 대해 지역 내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조직 내외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이 임원이 공사와 지자체를 갈라치기 한다는 것이다. 전임 사장시절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지자체가 항만활성화를 위해 무언가 하려고 해도 공사가 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올해 전남도와 광양시는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 물동량증대 인센티브 지원 및 공동마케팅 추진을 위해 67억원, 컨테이너 하역장비(엠티핸들러) 임대 지원에 14억 원, 항만물류 전문 인력양성 및 정책포럼·세미나 등 개최에 8억4천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사무인 항만운영과 관리에 지자체가 이처럼 지원하고 나선 것은 항만활성화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비록,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항만이라 하더라고 항만이 소재한 지역과의 유기적인 협력은 필수적이다. 

지난 14일,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여수광양항 발전 추진협의회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전남도와 광양시, 여수시, 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해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광양시는 세풍산단과 황금산단을 배후부지로 편입해 줄 것을 건의했고, 여수시는 지역내 산재돼 있는 수리조선소들을 광양항 제3투기장 내(항만재개발사업구역)에 집적화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그런데, 공사의 한 임원은 이러한 건의에 대해 면박을 주는 듯한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지자체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당시 이 임원의 태도는 대단히 안하무인의 자세였으며, 중앙집권적 시각이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이해를 달리 할 수는 있지만, 항만공사는 국가기관이기도 하지만 지역에 뿌리를 둔 기관이다. 지역을 무시하는 행태, 지자체를 무시하는 행태로는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낙하산’이 위험한 이유는 지역과 융화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기도 하다. 몸에 밴 관료의식과 중앙집권적 시각, 지자체를 산하기관 정도로 업신여기는 태도로는 지역과 화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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