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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1-02)봄이 오면 어찌 저리 마음껏 지저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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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31  09: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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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偶吟(우음) 
                                        문정 최승로

        밭이라도 있으면 씨앗을 뿌리겠고

        술 없으면 병을 끌어 따줄 수 있는데
        산새는 무슨 연유로 지저귀는 것일까.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유전수포곡    무주가제호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산조하심서    봉춘만자호

 

선현이 지은 시문을 보면 대체적으로 자연과 인간을 일직선상에 놓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자연이 인간이요, 인간이 곧 자연이라는 이치였음을 보게 된다. 사람이 밭에 씨를 뿌리거나, 술과 시를 즐기는 것도 새들에게는 같은 선상에 놓았던 것 같다. 모두가 자기 만족을 위해 하는 행동으로 본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알맞은 논리일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행위와 새가 지저귀는 행위를 욕구 충족의 표현을 달리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봄이 오면 어찌 저리도 마음껏 지저귈까(偶吟)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문정(文貞:시호) 최승로(崔承老:927~989)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밭이 있으면 누구라도 밭에 씨앗을 뿌릴 것이고 / 술이 없으면 누구라도 병을 끌어다가 따를 줄을 아네 // 산새는 무슨 마음의 연유가 저리 있다기에 / 봄이 오면 저렇게도 마음껏 지저귀는 것일까]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우연히 읊다]로 번역된다. 신라 육두품이던 최은함의 아들로 태어난 최승로는 본래 신라 사람으로 삼국유사에 출생일화가 실려 전한다. 생존경쟁이라고 했듯이 논밭이 있으면 씨를 뿌리면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며 살아가듯이 산새나 자연도 계절을 만나서 계절이 맞추어 살아간다. 이렇게 순수하게 살아가는 자연관이 시적 배경이 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도 다 마찬가였던 모양이다. 시인은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논밭이 있으면 씨를 뿌리어 곡식을 가꾸게 되며, 삶의 활력소뿐만 아니라 시심을 기르는 데 있어서 기본이었던 술이 없으면 술을 끌어다 마시며 살아가는 것인 기본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 본연의 한 모습인지도 모를 일이다.
 화자는 인간의 모습뿐만 아니라 하찮은 산새의 자연스런 모습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도 살아가기 위해서 먹이를 찾고 짝을 찾고 안식처를 찾아 새봄과 함께 종족번식이란 욕구를 충족하게 된다는 시심을 담는다.
위의 감상적 평설을 통해 시상은, ‘밭에다 씨를 뿌리고 병을 끌어 술을 따네. 산새는 무슨 연유로 마음껏 지저귀나’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최승로(崔承老:927~989)로 고려 전기의 문신, 학자이다. 학문연구에 전심하였다. 일찌기 문병을 관장하고 982년(성종 1) 왕명에 따라 사회개혁 및 대중국관의 시정 등에 관한 시무책 28조를 올려 고려 왕조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동문선>에 한시 2수가 전한다.

【한자와 어구】
有田: 밭이 있다. 誰: 누구도. 누구나. 布穀: 곡식의 씨를 뿌리다. 無酒: 술이 없다. 可: ~할 수 있다. 提壺: 술병을 끌다, 술병을 끌어다 따르다. // 山鳥: 산 새. 何: 언제라도. 心緖: 마음의 여유. 逢春: 봄을 만나다. 봄이 오다. 謾: 마음대로. 自呼: 스스로 울다, 마음대로 지저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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