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의 대표적 사찰인 능사.

부여군은 약 2,500여 년 전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송국리 문화가 개화했던 유서 깊은 도시다. 무엇보다 백제 26대 성왕이 국가 중흥의 원대한 뜻을 품고 풍요로우면서도 국가정책의 융통성이 많은 사비로 도읍을 옮겨 123년간 국력 신장과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성왕이 사비로 도읍을 옮긴 것은 당시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이하면서다. 이전의 도읍지인 웅진(공주)은 급격히 성장하는 백제의 역량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했고, 결국 사비로 도읍을 옮겨 뛰어난 토목기술과 건축 기술을 발휘해 당시 황무지였던 사비 지역을 신도시로 탈바꿈하게 했다.

■부여군의 문화관광 변화
이는 지금의 부여군의 문화관광 상황과도 비슷하다. 부여는 백제의 옛 도읍지로서 귀중한 문화재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지만 관광객으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관광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광업에 대한 기본 인프라가 거의 구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을 하려는 도중에 유물이 나와 더 이상 진행을 못하는 경우나 부여읍의 고도제한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백제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유적지가 매우 빈약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낙화암과 부소산성, 궁남지, 정림사지 5층석탑 만으로 백제를 느낌을 온전히 전하지 못한 이유다. 
실제로 정림사지 5층 석탑을 보러 가면 석탑 외에는 볼 게 없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2006년 9월 정림사지박물관이 백제 사비시기 불교와 그 중심에 있었던 정림사를 주제로 백제 불교문화를 재조명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고취시키고자 건립되었다. 현재 정림사지 박물관에서는 백제불교의 정수인 정림사지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정림사지 축조와 발굴까지의 과정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다. 
여기에 2010년 백제문화단지 건립과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나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부여의 관광산업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변화됐다.
부여군은 백제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월 8일을 기념하고 백제문화유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매년 7월 8일부터 14일까지 백제문화유산주간을 개최해 강연, 공연, 체험, 전시, 녹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백제문화단지 내 조성되어 있는 백제생활문화마을 모습.

■백제 숨결 전하는 백제문화단지
백제문화단지는 1993년 백제의 도읍지 부여가 백제문화권 특정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우수한 문화를 꽃피었던 백제의 고대왕국 재현을 위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17년간에 걸쳐 조성한 백제 역사 체험단지다.
329만9천㎡(100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백제문화단지는 사비성, 백제역사문화관, 한국전통문화학교와 민자시설인 숙박시설, 테마파크, 테마 아울렛, 체육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사비성은 백지왕궁인 사비궁, 백제의 대표적 사찰인 능사, 계층별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백제 개국초기의 궁성인 위례성, 백제 대표적 고분을 보여주는 고분공원, 충남도민의 기증으로 조성된 백제의 숲 등으로 조성돼 있다.
국내 최초로 삼국시대 백제왕궁을 재현한 문화단지는 왕궁과 사찰의 하앙식 구조와 청아하고 은은한 단청이 사비성의 모든 건물마다 백제시대 유적과 유물에 근거한 사실적 재현을 통해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사비궁, 능사 등의 사실적 재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중요무형문화재 대목장, 단청장, 번와장, 각자장, 칠장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비궁은 중심이 되는 천정전과 동쪽의 문사전, 서쪽의 무덕전 등이 화랑으로 둘러싸인 형태로 14개동 4.492㎡의 규모다. 사비궁으로 들어가 천정전을 바라보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백제시대로 돌아가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잘 재현된 백제의 숨결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서는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따라서 정양문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해 전문 해설과 함께 백제문화단지를 둘러볼 수 있다. 또 4월부터는 매주 금·토·일요일에는 야간 관람도 가능하다.
사비궁을 빠져나오면 그 옆으로 지난 2006년 개관한 백제역사문화관이 있다. 백제역사문화관 전국 유일의 백제사 전문박물관으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설전시실으로 기획전시실, i-백제 체험장 등 다양한 전시·교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백제문화단지와 백제역사문화관이 건립되면서 백제의 숨결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이전에 백제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나오지 않는다.

▲ 사비궁의 중심이 되는 천정전의 모습.

■부소산성과 낙화암
부소산성은 부여읍 쌍북리, 구아리, 구교리에 걸쳐 있는 해발 106m 고도를 가진 부여의 진산에 있는 산성이다. 평지에 돌출해있으며, 동쪽과 북쪽은 가파르고 백마강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왕궁의 후원 역할을 하다가 전쟁 때에는 사비 도성의 최후를 지키는 장소가 쓰였다.
산성 내부에서는 많은 수의 건물지가 발견됐고, 슬픈전설을 간직한 낙화암도 이 안에 있다. 낙화암은 백제 의자왕 때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일시에 수륙양면으로 쳐들어와 왕성에 육박하자, 궁녀들이 굴욕을 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이곳에 와서, 치마를 뒤집어쓰고 깊은 물에 몸을 던져 죽은 장소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훗날 그 모습을 꽃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하여 낙화암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절벽에 조선시대 학자인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쓴 낙화암(落花岩)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부소산성에 올라서는 낙화암과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낙화암(落花岩) 글씨는 볼 수 없다.
기암절벽에 쓰여 있는 이 글씨를 보기 위해서는 백마강에서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보이는데, 부여군에 이에 착안하여 황포돛배와 수륙양용버스를 운영한다. 황포돗배는 구드래선착장에서 표를 구입해 탑승할 수 있다.
구드래 선착장은 백제시대에 도성인 사비성을 출입하는 항구와도 같은 큰 나루였는데, 현재는 백마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선의 선착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선착장 바로 옆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옛 백제인의 조각 기술을 이어받은 지역 출신 유명 조각가 작품 30점과 99년도 국제 현대조각 심포지움에 참가한 국내·외 유명 조각가의 작품 29점등 총 59점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광객들은 상시 개방되어 있는 이곳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주변의 식당에서 토속음식이나 별미를 즐긴다.

▲ 궁남지에 조성된 포룡정을 둘러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궁남지에 피는 연꽃의 향연
부여의 관광을 논하면 결코 빠지지 않는 코스가 있다.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들여 있는 궁남지다.
궁남지는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方丈仙山)을 상징한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이 연못은 백제 무왕 때 만든 궁의 정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신선사상을 표현한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정원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노자공이 일본 황궁의 정원을 꾸며 일본아스카 시대 정원사의 시원이 되었다고 하는 것도 백제의 정원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궁남지는 1965년에 복원했는데, 연못둘레에는 버드나무가 둥글게 늘어서 있어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멋이 우러난다. 
이곳엔 1만여 평의 연못에 홍련, 백련, 수련, 가시연 등 10여 종의 연꽃이 피어 있는데 부여군은 이 연꽃을 활용한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 부여서동연꽃축제는 지난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려 연꽃을 감상하면서 체험을 즐길 수 있게 했다.
7월에는 천만송이 연꽃들의 아름다운 향연인 서동연꽃축제가 열리고, 10~11월에는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 굿뜨래 국화전시회가 열려 궁남지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양재생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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