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향 치매예방지도사와 함께하는 수업에서 신난 할머니들이 춤을 추고 있다.

(왼쪽)김미향 치매예방지도사, (오른쪽)박수진 치매예방지도사

쌍백마을 김미향 치매예방지도사

어르신들이 상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았다. 손에는 알록달록한 색연필을 하나씩 쥐고 무언가 깊이 고민한다. “아리송허네잉, 이거 한번 봐봐다 틀렸는가?”

한 어르신이 미향씨에게 다 푼 학습지를 건넸다. 학습지는 올바른 그림자를 찾는 문제와 덧셈, 뺄셈 문제로 이뤄졌다. 어르신이 답을 매기는 미향 씨의 눈길에 은근히 긴장한 눈치다.

오메, 엄청 잘 허셨네! 근디 엄마, 2번은 쪼까 더 고민혀봐요

덩달아 기다리던 어르신들도 2번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함께 빠져든다.

쌍백마을 죽림노인정은 매주 화요일에 치매예방수업이 진행된다. 미향씨는 어르신들과 함께 가벼운 체조로 수업을 시작한다. 구성진 가락에 맞춰 체조를 하다보면 노인정은 어느새 댄스파티장으로 변한다. 어르신들은 앉아서 미향씨를 따라하다가도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 화려하진 않지만 깜찍한 스텝과 덩실덩실 천장을 찌르는 손가락은 흥에 겹다.

공과 수건을 이용해 다양한 게임도 진행한다. 둥글게 앉아 공을 던지며 떨어뜨리지 않아야 하는 게임은 어르신들의 집중력과 운동능력을 자극한다. 행여나 떨어질세라 공이 땅에 닿기도 전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움직인다. 팀을 나눠 공을 전달하는 게임에는 승부욕이 타오른다. 아이스크림이라도 거는 날엔 인식도 못한 채 귀여운 반칙이 튀어나온다. 미향씨는 어르신들의 즐거운 야단법석에 제가 다음 시간에 아이스크림 쏠게요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금당 어버이집 박수진 치매예방지도사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정말 좋다.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나는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좋다

수진 씨가 한마디씩 선창하면 어르신들도 따라한다. 큰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외침에 망설임 없다.

금당어버이집의 치매예방수업은 매주 목요일에 이뤄진다.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진행된다. 매주 점심을 함께 해선지 어르신들 간 언니’, ‘동생하며 사이가 정겹다.

수진씨는 이날 어르신들을 위해 팔찌와 필통 만들기 수업을 준비했다. 먼저 어르신의 길 잃음 사고를 대비해 팔찌에 직접 비상연락처를 적는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들은 팔찌를 서로 채워주며 내 것이 더 예쁘다며 자랑한다.

이어 수진씨의 설명에 따라 필통을 꾸미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장식과 스티커를 붙이다보니 필통을 완성하기도 전에 이마에 집중하는주름이 만들어졌다.

노래와 율동도 어르신들의 즐거움 중 하나다. ‘목포의 눈물을 부르며 박수를 치는 율동은 간단하면서도 헷갈린다. 서로 팔을 주무르는 활동도 한다. 리듬에 맞춰 아이고 시원하다고 외쳐야하는데, 자칫 힘 조절을 못해 아이고 아파라가 나왔다. 어르신들 사이에 왁자하게 웃음이 터진다.

 


 행복을 아는 어르신들

어르신들이 강사님 어떠세요?’라는 물음에 짱이지,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어르신들도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는 회의적이었다. 어르신 스스로 오래 살아 미안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존감이 낮아져있는 상황이 많았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행복을 아신다. 수업과 숙제를 핑계로 서로 자주 보다보니 외로움이 줄어들었다.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다보니 서로 잘 챙기게 됐다. 자연스레 마을의 분위기가 더 좋아지고 수업에도 함께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배움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자식을 모두 키우고 허한 마음을 공부로 달랜다. ‘공부가 한 이었다는 어르신들도 많다. 이들은 치매예방수업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이 나이에 이걸 할 수 있다며 감동한다. 꾸준히 하니 처음보다 수준 높은 단계도 척척 해낸다. 세월을 거슬러 마음만은 학생이 된 기분이다.

김미향 치매예방지도사는 찾아가는 치매예방수업은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도 참여할 수 있는데 의미가 크다어르신들이 치매에 대한 공포가 크지만 교육을 통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니 꾸준히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지도사는 어르신들이 점차 자신감이 생기고 고맙다는 말을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다 같이 참여하는 수업으로 점차 화기애애해지는 분위기가 조성돼 기쁘다고 말했다.

광양에는 현재 70여명의 치매예방지도사가 102개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다. 1회 마을을 찾아가 미술활동, 인지놀이, 신체활동, 레크레이션, 퍼즐, 게임, 회상그림 등 다양한 뇌자극 훈련 수업을 하고 있다. 이 수업에 등록된 어르신은 15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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