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백운산 자연휴양림

 

어느 시인은 물소리 깊어지면 가을이라고 했지만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면 그때야 비로소 가을이 왔다고 말하죠.

녹음을 짙게 드리우던 초목들이 물 긷는 일을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 풀잎에 찬 이슬 내린다는 백로도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도 이젠 완연한 가을입니다.

 

한반도의 정중앙 마지막을 갈무리하는 백운산은 한국 풍수지리으 대가로 불리는 도선국사가 점지한 한국 최고의 명당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백운산은 도선국사가 35년간 수행하다 입적한 산이고 봉황과 여우, 돼지의 영험한 정기가 서려있다는 성스러운 산이에요.

 

이 영험하고 아름다운 백운산 기슭에 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백운산자연휴양림은 삼나무, 편백, 소나무 등의 아름드리 숲에는 숙박동 야영장, 황톳길, 잔디광장 등 숙박과 야영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이자 자연학습장으로 일상에 지친 도시민의 휴식, 명상, 치유의 공간이에요.

이 길은 휴양림 입구에서 치유센터로 가는 애기단풍 길이에요.

지난해 왔을 때, 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울긋불긋한 색감이 그야말로 천하일색이었는데요. 하지만 제가 방문한 추석날은 가을의 초입이라 푸르름만 가득했어요.

사람들은 백운산 단풍을 '한반도의 마지막 아름다운 단풍'이라 부르는데요. 이곳 백운산휴양림도 가을 단풍 명소에요.

드디어 숙소 도착!

우리가족의 하룻밤을 힐링 해줄 101호는 치유센터로 가는 길의 마지막에 위치해있는데요.

복층구조라 인기가 많아 1달 전에 예약했어요.

8인실인데 2층은 문 달린 방 하나에 거실, 그리고 1층은 거실 겸 주방이에요.

무엇보다도 편백하우스라 향기도 좋고 시설물과 집기가 깨끗해서 좋았어요.

여장을 풀고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윽한 숲 향이 느껴졌어요.

하늘을 뒤덮어버린 가없는 아름드리 나무행렬에 가슴이 절로 펴지고 숨이 깊어지면서 폐부 가득 상쾌함이 밀려듭니다.

땅 위에는 머루와 칡덩굴 등이 얽히어 마치 계곡의 자연 식생을 연상시킬 정도로 다양한 수목과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이곳이 바로 수목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을로 접어든 백운산자연휴양림을 걷노라면 낙하하는 도토리와 밤 세례를 받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밤나무 밑을 걸을 때는 조심해야 해요.

먹거리가 지천으로 널려서 그런지 도토리를 물고 이리저리 뛰는 다람쥐가 유난히도 눈에 많이 띄네요.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아이들이 놀기 좋은 휴양림이에요.

치유의 숲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에는 다양한 종류의 놀이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놀이시설은 미니 짚라인입니다.

안전진단도 할 겸해서 제가 먼저 타보고 조카를 태웠더니 하루 종일 태워 달라고 해서 귀찮았아요.

백운산자연휴양림의 아침 야영장 풍경이에요.

한밤의 날씨가 제법 차가워졌는데도 숙면을 취한 야영객들이 상쾌한 아침을 즐기고 있네요.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야영장은 최근 개장한 치유의 숲과 다양한 휴양,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어 인기가 많으니 가을 캠핑을 원하신다면 예약을 서두르시는 것이 좋겠어요.

 

휴양림 입구에서 종합숙박동으로 가는 이 길은 가시나무 길이에요.

제가 서양도토리 나무로 알고 있던 이 나무가 바로 가시나무였네요. 외래식물로 알고 있었는데 토종식물이었어요.

참나무과의 가시나무는 4~5월경에 꽃이 피고, 열매인 도토리는 10월경에 익으며 식용된다고 적혀있는데요.

나무마다 엄청난 도토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네요. 이러니 다람쥐들이 많을 수 밖에 없겠어요.

휴양림이 선홍빛 꽃무릇 너울로 채색되어 가는 것을 보니 서서히 가을이 무르익고 있나 봅니다.

초가을, 가시나무숲속엔 꽃무릇이 애잔하게 피어나고 있어요.

가시나무 숲 그늘에, 잎도 없이 올린 횃불모양의 꽃대에 서서히 불이 붙고 있어요.

광양에는 꽃무릇에 관한 가슴이 먹먹해지는 애달픈 전설 하나가 전해져 내려오는데요.

옛날 백운산 어느 절에 병든 아버지를 위해 탑돌이 하러 온 예쁜 여인이 있었어요.

우연히 그 여인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 스님이 홀로 가슴앓이 하다가 상사병에 걸려 죽었는데요.

스님이 묻힌 자리에 피어난 꽃이 바로 꽃무릇이래요.

그래서 꽃무릇은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어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일까. 꽃무릇의 꽃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에요.

기다린 연초록 꽃대에 왕관을 쓴 모습이네요.

꽃무릇을 자세히 보니 참 신비스럽습니다. 꽃은 핏빛처럼 붉고, 여섯개의 꽃덮개는 뒤로 말립니다.

수술은 새우의 더듬이처럼 길게 뻗어 나와 멋스러움을 더합니다.

꽃무릇의 한자 이름은 석산(石蒜)인데요. 그렇다면 돌석에 마늘 산자를 쓰니 돌마늘이란 뜻일까?

그리고 왜 사찰 주변에 많이 피는 걸까?

꽃무릇의 뿌리를 파보면 검은색 모양의 알뿌리가 나오는데요. 이 뿌리에는 돼지감자처럼 전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예전엔 물에 담가 독성을 빼고 식용으로도 활용했다고 해요.

사찰 주변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뿌리를 말려 풀을 쑤면 그 속에 포함 된 방부제 역할을 하는 독성 때문에 좀이 슬지 않고 쥐도 갉아먹지 않아 불교의 탱화나 단청을 하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라 해요.

도선국사가 35년간 머물면서 수많은 절을 세우고 제자를 배출해 한때 한국 서민불교의 메카였던 광양에 꽃무 릇이 많은 것은 당연했겠네요.

무언가 짓누르고 답답함이 팽배한 초가을, 무작정 그곳으로 달려가 일 상의 시름 다 잊고 꽃, 그리고 붉음에 취해 보는건 어떨까요?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무릇이 이번 주말(9월 21일경)까지는 만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많은 가족과 함께 백운산자연 휴양림에 방문하셔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최설민 블로그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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