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근(69)씨는 1976년부터 공무원 일을 시작해 2011년에 퇴임했다. 광양시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근무한 후 광양읍장을 맡았다. 이어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끝으로 26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쳤다.

퇴직 후, 일찍 일어나 매일같이 일하던 우씨의 일상이 사라졌다. 처음엔 어쩐지 붕 뜬 기분이 들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우씨에게는 ‘꿈꾸던 로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꿈만 꾸던 일이었다. 그는 공허한 기분에 사로잡힐 시간도 없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섰다.

우씨는 먼저 봉강면 부저리 쪽에 작은 별장을 지었다. 평소 꽃을 좋아하던 그는 마당에 직접 꽃도 심었다. 텃밭도 꾸려 상추, 토마토, 오이, 가지 등 채소로 채웠다. 별장 안에는 음악과 영화를 감상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이후 그는 ‘꿈의 공간’인 별장에서 하루에 절반을 보내고 있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마당에는 더 이상 따로 꽃을 심지 않아도 사계절 내내 향기롭다. 처음 심어놓은 다년생 화초들이 알아서 피고 지기 때문이다. 텃밭은 채소로 풍족하다. 벌레도 잡고 잡초도 뽑아줘야 하지만 운동 삼아 하니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 좋다.

별장 뒤쪽으로는 숲길이 나있다. 가끔 별장에서 하루를 보낸 후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기 좋다. 나뭇잎 사이로 아침 햇살이 보석처럼 빛나면 풍경과 공기에 취해 한 시간이 금세 지난다.

별장을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주로 친구 부부가 놀러와 점심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편안한 장소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언제 보아도 반갑고 다정한 사람이 있다. 가족이다. 그의 가족은 음악인 가족이라 해도 진배없다. 우씨는 젊은 시절부터 기타를 쳤고, 아내는 합창단의 단원으로 있다. 딸은 가야금 연주자 우아련 씨고, 사위는 유명한 국악인 백현호 씨다. 우씨의 별장에서 2013년에 딸 부부가 인간극장을 촬영하기도 했다. 

우씨는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그의 자랑스러운 아들과 딸은 언제 자랐는지 어른이 됐다. 마냥 어렸던 자식들이 사회에서 제 꿈을 펼치는 것을 보면 마냥 뿌듯하다.

우씨는 딸이 결혼해 낳은 손녀자랑도 빠트리지 않았다. “딸이 낳은 손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어찌나 영특한지 귀엽고 예뻐 죽겠다”고 흠뻑 웃는 모습이 여느 할아버지와 같다.

 

△우동근씨가 교회에서 기타강습을 하고 있다.
△우동근씨가 장애인복지센터에서 생일파티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우동근씨의 또 다른 취미, ‘봉사활동’

그는 현재 기타동호회의 회원이다. 공직 생활 중에도 틈틈이 취미생활을 이어와 베테랑 기타연주자가 다됐다.

2년 전부터는 재능기부로 장애인복지센터에서 생일파티 축하공연을 했다. 동호회 일정으로 올 8월까지 하고 잠시 쉬고 있지만 일정이 끝나면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기타를 배우고 싶은 청소년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강습도 하고 있다. 우씨는 열정 가득한 수강생의 눈빛에 힘을 얻는다. 또한 그 힘은 수강생의 서툰 손가락 움직임을 교정하는데 쓰인다. 때로는 부드럽고, 어쩔땐 날카로운 우씨의 기타강습은 광양중앙교회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이뤄지고 있다.

우동근 씨는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다”며 “큰 욕심 없이 즐기며 살고 싶고, 나이가 들어도 취미생활을 하는게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도전보다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기타동호회를 활성화 시켜 요양원 등으로 재능 기부를 하며 소소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면장, 과장, 읍장, 소장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던 우동근 씨. 그의 제2의 인생서막은 이제 시작이다.

 

최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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