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동 씨가 지역 내 마술사로 특별한 휴일을 보내고 있다.

백씨는 포스코에서 교대근무를 하며 일주일에 2~3회 경로당을 찾아간다. 꾸준히 가는 곳도 있고 이벤트를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마술공연을 펼친다. 어르신들은 마법 같은 하루를 선물 받고 손뼉을 치며 밝게 웃는다. 백씨에게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다.

31년째 포스코에서 근무 중인 백씨는 막연히 봉사활동에 대한 꿈을 키웠었다. 특별한 취미가 없기도 했지만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봉사활동을 위해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번엔 회사를 통해 68일 동안 태국 집짓기봉사활동을 떠났다. 태국의 뙤약볕에 땀 흘리며 자재를 옮기고, 벽돌을 쌓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툰 솜씨가 그럴싸해졌다.

5일 정도 걸려 집의 90%를 완성했다. 단단하게 쌓아올린 벽에 손바닥을 마주하자 뿌듯한 감정이 솟았다. 그때부터 봉사활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상대를 위한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봉사활동을 하는느낌에서 오히려 치유 받는기분이었다.

백씨는 어떤 사람들은 봉사는 마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 태국 집짓기 봉사활동 모습, (오른쪽)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 모습

어머니를 위한 마음 '마술'

백씨의 어머니는 몇 년간 요양병원에 계셨다. 그는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생각하다 마술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마술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이어졌다. 모친을 위하던 마음은 이제 경로당 어르신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어느덧 5년차 마술사가 됐다.

그는 광양에만 경로당이 400개가 넘는다아직 다 가보진 못했지만 즐거운 하루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술봉사를 하다보면 깜짝 놀라는 일도 많다. 한번은 실버대학 종강식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테이블 공중부양마술을 선보이기 위해 나섰다. 덮개를 씌운 플로팅 테이블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마술이었다.

그는 어르신들의 눈앞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멋있게 테이블을 공중에 띄웠다. 그러자 한 어르신이 갑자기 다가왔다.

어르신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보를 들췄다. 그 바람에 플로팅 테이블이 떨어지며 망가져버렸다.

백씨는 새로 사려면 비싸서 망가진 부분을 수리했다이후로 관객과 너무 가까운 무대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됐다며 크게 웃었다.

 

휴일에도 언제나

백씨는 경로당뿐만 아니라 특수어린이집이나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복지관에서도 공연을 한다. 특히 장애인복지관의 경우, 관객들이 백씨의 이름까지 외웠다. 그들이 언제 또 오냐고 물어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

공연은 주로 10~20분 정도 진행된다. 마술 하나당 3~5분의 시간이 걸려, 공연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10가지 정도의 기술을 해야한다.

매주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곳도 있어서 틈틈이 새로운 기술도 익혀야한다.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빼 놓고는 연습에 매진한다.

백씨의 일상은 마술로 채워져 있다. 그의 주머니에는 작은 마술도구가 가득하고 손에서도 도구를 놓지 않는다.

그는 타 지역의 마술사들과의 교류를 위해 틈틈이 모임도 참가한다. ‘청춘마술단’, ‘이장과 삼장등 소속된 모임도 많다.

특히 요즘엔 한 젊은 마술사를 소개 받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다. 젊은 마술사는 백씨가 마술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고, 휴일마다 12시간을 가르친다고 한다.

백씨는 요즘엔 손가락을 이용한 딤블마술을 연습하고 있다익숙해지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백정동 씨가 경로당에서 마술공연을 하고 있다.

전국 마술사 되고 싶어

5년차 마술사가 되다보니 처음보다 눈높이도 높아졌다. 다른 마술사들의 공연도 보고, 교류를 하다 보니 동기부여도 된다. 경험삼아 나가본 전국마술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큰 대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백씨는 봉사활동이나 연습으로 휴일을 밖에서 보내다 보니 아내에게 미안하다이자리를 통해 아내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정동 마술사는 이제 지역 마술사를 넘어 전국 마술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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