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 청년이 알람소리에 맞춰 눈을 떠보니 아직 바깥이 캄캄하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밤새 불려둔 콩이 알알이 잘 부풀어 올랐다. 기계에 넣고 콩물과 비지가 분리되길 기다린다. 그 사이, 두부를 만드는 중에 넣을 간수를 혼합한다. 어제는 조금 짰던 게 생각난다. 새로 다루는 기계에 손이 익으려면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하다.”

 

광양토박이인 우인룡(35)씨는 지난해 겨울쯤부터 손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두부 맛이 좋다는 고객이 늘고 있다. 새벽마다 만들어낸 두부는 대부분 그날 다 소진된다. 빈 두부판이 업장에 다시 돌아올 때면 새벽일의 보람이 인룡 씨의 가슴에 가득 찬다.

인룡씨는 아버지의 권유로 두부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시장터에서 10여년 넘게 두부를 유통해왔다. 경기는 계속 나빠지는데 먼 곳에서 식품을 받아와 납품하는 게 힘에 부쳐 아들에게 권유한 것이다.

내가 유통을 맡을 테니 네가 한번 만들어봐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했던 직장은 에어컨 설치 회사나 제철소 내 소방업체 등이다. 그동안 근무해왔던 경험과도 동떨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두부 만드는 일은 개인기술을 필요로 한다. 자신은 없었지만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광양시에서 도심 빈점포 활용 예비청년창업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두부와 콩을 알아가다

인룡씨는 아버지와 오랜 기간 거래해온 기술자에게 두부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50년 넘게 두부를 만들어온 기술자는 건실한 청년인 인룡씨를 기특하게 생각한 듯 했다. 기술자는 흔쾌히 두부를 만드는 기본과정을 가르쳤다.

기본과정을 배운 이후 나머지는 인룡씨의 몫이었다. 새벽마다 혼자서 연습하며 자신만의 손두부 레시피를 만들어갔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콩을 세척한 후 불려야한다. 불린 콩을 갈아 비지와 콩물로 나눈다. 이어 콩물을 끓이고, 두부를 굳히면서 부을 간수를 배합한다. 손두부와 기계두부의 결정적인 차이는 두부를 굳힐 때 기계가 빠른 시간에 누르느냐, 기계로 하지 않고 천천히 압착과정을 거치느냐다.

처음에 간수를 붓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한손으로 간수를 붓고 다른 손은 주걱으로 계속 저어야하기 때문이다. 간수를 일정한 양으로 계속 붓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커피의 핸드드립과 비슷하다.

콩에 따라 만드는 시간도 다르다. 국산콩과 수입산콩은 콩알의 굵기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콩은 수입산콩보다 알이 굵어 최대 12시간 정도 불린다. 수입콩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8시간이면 충분하다. 간수를 넣는 양도 당연히 다르다.

두부 만드는 과정과 콩에 대해 알아가면서 새롭게 배운 사실도 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수입콩은 모두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끔 TV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전자 변이콩에 대한 문제도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몇몇 고객이 수입콩은 유전자변형도 한다는데 안 좋은 것 아니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인룡씨는 수입콩은 철저하게 검증받아 안전하다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하게 됐다.

요즘은 새 기계에 한창 적응 중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기계는 20판의 두부를 만드는데 4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 더 많이 만들진 못하고 있다.

인룡씨는 지금 유통하는 곳을 제외하면 얼마나 더 팔릴지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을 만들지는 않고 있다“20판을 모두 팔아도 콩을 불려야하는 시간 때문에 바로 만들 수 없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룡씨의 하루는 두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두부를 만든다. 겨울엔 3시에 일어난다. 지난 추석에는 3일 동안 200판의 두부를 만들었다. 명절이 대목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링거까지 맞았다. 작업장과 병원을 오가며 쉬지 않고 일했다. 그야말로 링거투혼의 현장이었다.

인룡씨는 처음엔 밤낮이 바뀌어 힘들었다요즘은 조금씩 적응했는지 처음만큼 힘들진 않다고 말했다.

콩두네 1호점과 2호점 본격 시작

인룡씨가 운영 중인 콩두네는 특이하게 광양읍 1호점 보다 옥곡장 2호점이 먼저 개업했다. 광양읍 1호점은 시의 도심 빈점포 청년창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창업했다. 2호점은 그동안의 수익과 자부담으로 오픈했는데 장날에만 영업한다.

그가 열정으로 만든 두부는 구례장, 순천웃장, 광양장, 옥곡장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도 묵이나 떡, 누룽지 등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을 보고, 좋은 제품만 골라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연두부 레시피도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인룡씨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가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위생에 철저히 하려 한다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는 게 목표고, 먼 훗날 광양에서 두부하면 콩두네로 알려지고 싶다고 말했다.

두부에서 두부로 끝나는 인룡씨의 하루. 그의 열정만큼 사업이 대박나길 바란다.

 

주소 : 광양읍 인서 612

전화 : 010-4741-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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