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점심을 먹고 친구와 함께 다목적실로 향한다. 가벼운 발걸음에 손에 든 플롯 가방도 달랑인다. 친구는 첼로를 등에 짊어지고 낑낑거리다 바꿔들자고 제안한다. 못들은 척 도망가자 등 뒤로 이러기 있냐며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목적실 문밖으로는 간간히 음악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백운중학교(교장 권혁정) 오케스트라단이 연습에 여념이 없다. 단원들은 음악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악기를 연주한다. 악보를 눈으로 쫒으며 연주를 이어가는 실력이 노력한 태가 난다.

백운중학교는 지난 5월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지역 내 중학교 가운데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선례가 없어 홍보부터 모집, 단원선발까지 걱정이 많았다. 악기 연주가 어렵다는 막연한 인식 때문이었다.

학교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설문조사부터 시작했다. 1학년 220명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단 참여 여부와 악기를 접해본 경험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80여명의 아이들이 악기를 다뤄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후에 열린 오케스트라단 오디션에도 많은 아이들이 지원했고 38명이 최종 선발됐다.

걱정과 달리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운영비가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창단 직후 얼마동안은 악기가 없었다. 이후 악기를 구매했는데 학교 지원뿐만 아니라 단원들이 개인적으로 악기를 구하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아이의 열정과, 학부모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열정을 증명하듯 다목적실엔 항상 음악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 “악기연주 꾸준히 하고 싶어

30분가량 연습을 이어가다 꿀 같은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진지하던 다목적실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변했다.

생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아이들은 끝도 없이 재잘거린다. 그 틈으로 인터뷰를 위해 이은주 음악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이 선생님의 부름에 아이들 몇몇이 모인다.

플롯을 연주하는 김희원(17) 학생이 인터뷰가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남자아이들이 부끄러워하지 말라며 놀려댄다. 희원 학생은 내가 언제!”라며 반박했다.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다.

희원 학생은 장난기 가득한 친구들 사이로 플룻을 배우면서 오케스트라단의 한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지금은 공연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첼로를 연주하는 김시현(17) 학생은 연주하는 악기처럼 키가 크다. 그래서인지 첼로와 잘 어울린다. 5학년 때부터 꾸준히 첼로를 배워왔는데, 마침 오케스트라단이 꾸려져 지원했다.

시현 학생은 첼로는 오케스트라의 중심이 되는 음을 내는 것 같다첼로가 빠지면 곡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승유(17) 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5학년 말까지 방과후 수업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러다 방과후 선생님의 추천으로 바이올린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승유 학생은 초등학교 때는 시켜서 했지만 오케스트라단은 내가 원해서 지원했다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바이올린 연주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를 하다보면 가끔 손이 아프다손톱도 꾸미고 싶은데 연주를 하려면 손톱을 잘라야 해서 속상할 때도 있다고 말해 주위 친구들의 공감을 얻었다.

김강현(17) 학생도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긴 팔로 시원시원하게 활을 움직이는 강현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에 바이올린을 알게 됐다.

강현 학생은 바이올린은 연주를 할 줄 알면 재밌고 안하는 사람에겐 신기한 악기라며 앞으로 꾸준히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합주를 하며 협동심도 기르고 있다. 합주는 남의 얘기를 듣는 연습이기도 하다.

이 선생님은 오케스트라단은 플롯, 첼로, 바이올린으로 구성됐다플롯은 7, 첼로는 10, 나머지는 바이올린을 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원 중에는 처음 악기를 다뤄본 아이부터, 꾸준히 하던 아이, 다시 시작하는 아이 등 다양하다초등학교 때와 달리 스스로 악기를 다루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또한 질풍노도의 시기에 악기를 다루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특히 자존감 높이고 공부와는 다른 역할을 해 사회 나갔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은초 교감은 공립학교에서 오케스트라단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주위에서 힘들거라 말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창단부터 지금까지 오케스트라단에 대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조심스레 출발했는데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 교감은 꾸준히 하다보면 2년 후에는 오케스트라단의 실력이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시간에 비해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덧붙였다.

백운중학교 오케스트라단은 목요일 3시간, 금요일은 2시간가량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에는 백운중학교 강당에서 오케스트라단의 첫 정기연주회가 열릴 예정이다.

백운중학교는 2019학년도 교육부 지정 예술드림거점학교로 지정된 바 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마다 5월 뮤직페스티벌과 12월 백운축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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