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준 숙 (지역계획활동가)
송 준 숙 (지역계획활동가)

그대에게

일을 도모하되 쉽게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이루어지면 마음이 경솔하게 되나니.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 지나니.

(‘보왕삼매론중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 때문에 조마조마하며 지내오고 있는 세계 인류 중 나도 그 한사람. 마음은 아무것도 아무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도 일을 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는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그들중 한사람이기도 하기에 조심스럽게 삶터와 일터를 왕래하고 있다. 그러던 하루, 얼마나 많이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해야 이 난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좌절 같은 실망감에 사로잡혀 우울한 마음으로 역주변을 배회하다가 만난 문구가 앞에 소개한 그대에게이다.

처음에는 그냥 시인줄 알았다. 그런데 좀더 읽어보니 보왕삼매론에 나오는 말씀 중 일부분이고, 보왕삼매론은 불교에서 마음을 닦는 지침서 즉 불교의 경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교도들은 아마도 인생을 살면서 겪는 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오히려 수행의 수단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그때에 활용되는 것인가 보다. 어쨌든 난 불교도가 아닌데 자꾸 마음을 간지럽히는 문구이다. 종교를 떠나서 좋은 말씀은 누구에게나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을 쉽게 도모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계획을 추진하고 주민참여를 독려하는 사람으로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지역의 리더들에게 많은 것을 도모하시라 권면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하여 삼삼오오 모여서 도모하시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또 권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도모하는 일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성공가능성을 가늠 하면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고 선택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으로 학습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쉽게 이루기 위한 계획이나 준비를 도모하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쉽게 이루어 진 경우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잘 도모된 일은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경험적인 기대가 많아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적거리를 두고 있어야할 시기. 무엇인가를 도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도모하려면 사람들이 만나야 하는데 만나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기 때문에 만나지는 말고 다른 방법으로 도모하자고 한다. 간접커뮤니케이션보다 직접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고 신뢰하는 사람으로서는 더욱 쉽지 않다.

그동안 도모해 왔던 일도 흐지부지, 무기한 연기, 취소되는 지경이다. 아픈 사람들 뿐 아니라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아프게 될 것 같아 안쓰럽고 걱정된다. 제발 마음의 경솔함과 교만함을 지울테니 잘 견디어서 그동안 도모했던 일들이 어렵지 않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게 해 주시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답답한 마음을 풀 곳도 마땅히 없고,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기력한 자아를 달래며 미래를 위해 또 도모하고 있을 나와 같은 세상의 그대에게 위로의 말로 대신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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