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며 잃고, 잊어간 것들이 많다. 아득한 길을 걸어왔으나, 뒤 돌아보면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길고도 짧은 게 인생이었나, 삶의 중턱에서 생각했다.

치열했던 젊은 날을 보내고 적당한 여유가 찾아왔다. 맑게 웃는 딸의 모습과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좋아하던 옷, 색체, 문장, 공간과 꿈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책 속에서 세상을 알아가던 나는 추억이었다.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던 기억이 떠오르자 결심이 섰다. 더는 어릴 적 꿈을 추억으로 남기지 않겠다고.
 

△사진 왼쪽부터 '피고지고' , 'Delicious'

송정옥(49) 씨는 과거 창가에 앉아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문학소녀였다. 미술시간에는 또래보다 뛰어난 그림실력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독서를 통해 성장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며 행복을 느꼈다.

또래 나이대가 으레 그렇듯, 20대에는 결혼 후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며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10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스크린골프장을 열었다. 이전보다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워졌고, 문득 잊고 살았던 꿈이 떠올랐다.

정옥 씨는 고민 끝에 평생교육관 서양화반에 등록했다.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다 하고싶다는 갈망이 컸다. 그렇게 그림은 그녀의 또 다른 삶이 됐다.
 

그림을 꾸준히 이어 온지 어느덧 6년차, 비슷한 온도의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관심사가 맞다보니 소통이 즐겁다. 또한 그림으로 온전히 에게 집중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정옥 씨는 그림을 통해 지루했던 일상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가끔 지칠 때면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정옥 씨는 2018년 첫 개인전을 열고, 매년 1~2회씩 꾸준히 단체전도 개최하고 있다. 또한 동기부여의 목적으로 해마다 지역 미술대전 등에 작품을 낸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품하다보니 실력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현재 여성 작가단체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광양시에서 주관하는 미술관 전문 안내인 2기 도슨트 양성과정을 밟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림에서 오는 행복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작품명 'stranger'

앞으로도 마음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내 그림이 불특정다수에게 따뜻함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별 하나를 안고 살아가길 바라는 정옥 씨. 그 바람처럼 그녀의 그림 속에 담길 무수한 은하수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