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일 조각가

고등학생 때부터 날고 있는 파리에도 깨달을 게 있다는 말을 삶의 좌우명으로 가지고 있어요. 어떤 사물을 자세히 보고, 행동을 자세히 본 후 깨달은 것은 내 몫 인거죠. 파리 같은 존재가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네요

공작소양을 운영하는 조각가

양파뤼라는 필명을 가진 조각가 양정일(41)씨는 광양읍에서 공작소양이라는 목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작소양의 은 여러 의미가 있다. 정일 씨의 양씨 성과, 좋아하는 동물 양, 조각을 전공해 입체를 뜻하는 량(부피)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양과 인연이 많은 셈이다.

경기도 수원이 고향인 정일 씨가 광양살이를 한지 햇수로 2, 목공방 운영도 2년차가 됐다. 본업이 조각가인 그가 광양 행을 선택했을 때 의문스런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철강단지였던 서울의 문래동이 공간을 필요로 하는 예술인들이 모여 문래창작촌이 된 것처럼, 정일 씨도 공간이 필요했다.

시멘트를 소재로 조각한 작품
시멘트를 소재로 조각한 작품

그는 경기도에서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한 달 내내 일거리를 받아서 하다보면, 내 작품보다 남의 작품에 쏟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양으로 내려오며 내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광양에서 작업실 겸 수익창출을 위해 목공방을 시작했는데, 현재 여러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 3만원으로 공간과 도구 등을 빌리고, 직접 물건을 만들 수 있어 호응이 좋다.

정답이 아닌 의도를 즐겼으면

정일 씨는 먹고 살기 힘든직업군 중 하나인 조각가로 살아가며 틈틈이 자신의 길을 정립한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시각예술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대중에게 자리 잡길 바라고 있다.

그는 누구에게나 문화적 욕구가 있고, 문화의 방향성만 잘 제시된다면 예술에 대한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여러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무료함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예술가와 대중이 가까워지고, 활발한 담론이 이뤄져야한다는 설명이다.

의지의 흔적 연작 작품

정일 씨는 김치찌개 하나를 먹어도 사람마다 짠맛, 신맛의 정도가 다른 것처럼 시각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정확하지 않은 것, 결론이 아닌 중간단계를 말하는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하나의 정답을 내리기보다 그저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고민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제 생활이 노숙자랑 비슷하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정일 씨. 그는 이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한편 정일 씨는 현재 순천청년작회 20주년 기념 연합전으로 광양, 여수, 순천의 청년 작가들과 함께 순천 기억공장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이어 의지의 흔적을 주제로 작품을 연작 중이다. 전시는 87일까지며 순천시 장천230-32에서 작품을 볼 수 있다.

정일 씨는 “‘의지의 흔적은 지역 청년들이 의지를 가지고 타지로 떠난 후 다시 돌아왔을 때의 기분, 남겨진 이들의 모습, 의지를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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