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영동에서 실외골프연습장 '조프로골프'를 운영하는 조경영 씨가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했다.
광영동에서 실외골프연습장 '조프로골프'를 운영하는 조경영 씨가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헌혈과 다르지 않습니다. 3일 정도만 시간을 내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값진 일이에요. 골수 기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누구든 주저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길 바랍니다”

골프실외연습장 ‘조프로 골프’를 운영하고 있는 조경영 씨가 백혈병을 앓는 환자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선뜻 골수 기증을 수락하고 망설임 없이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생명’이라는 값진 선물을 전했다.

조 씨는 20여년 전 헌혈을 하다 간호사에게 골수 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신청서를 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20년만에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의 조혈모세포가 한 백혈병 환자와 94% 일치한다는 소식이었다.

조 씨는 “그동안 개인연락처가 여러 번 바뀌어 수소문 끝에 찾았다고 전해들었다”며 “이야기를 듣자마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기증일을 기다리며 환자를 위해 몸 관리를 시작했다. 골프선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다. 생명의 살린다는 사명감도 더해졌다.

기증 한 달 전에는 2번의 혈액검사를 마쳤다. 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협회에서 간호사가 파견돼 피를 채취해갔다.

조경영씨가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조경영씨가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검사 결과 정상으로 확인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골수유도제를 맞았다.

이어 다음 날 2번에 걸쳐 조혈모세포를 채집하고 기증을 마쳤다. 세포 채집에 걸리는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조 씨의 경우 환자의 체격이 커 조혈모세포를 2회 채집했다. 

그는 “요즘도 척추에 큰 주사바늘을 꽂아 골수를 추출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현재는 헌혈처럼 팔에서 조혈모세포만 추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수유도제 또한 근육통 정도의 가벼운 통증만 있다”며 “아플 거라는 생각에 골수 기증을 포기하는 분이 많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기증이 끝난 후 환자에게 메모를 남겼다.

20여년만의 약속을 지키고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자’는 짧은 글을 쓰자 행복이 밀려왔다.

조 씨는 “긴 기다림 끝에 지켜진 약속이 하루빨리 환자의 건강회복으로 열매 맺길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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