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이 한국사에 있어 가장 고생한 세대라 생각해요. 그 중에 여성들이 더 많은 시름을 겪었어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유교문화 속에서 차별 받았죠. 그러다 결혼해서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살아온 분들이 많습니다. 누구 엄마가 되거나 무슨 떡(댁)이라 불렸죠”

조규홍 당저마을회 이장이 전남도와 광주시, KBC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0 좋은이웃 밝은동네’ 좋은 이웃 부문에 선정됐다.

‘좋은이웃 밝은동네’는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KBC 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살맛나는 고장 만들기에 앞장선 개인과 단체에 주어지는 상이다.

조규홍 씨는 지난 2016년 당저마을회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귀농‧귀촌자  화합 풍등 만들기 △재활용 나눔 △어르신 생신상 차리기 △마을 지도 만들기 등을 추진해왔다.

특히 ‘마을지도 만들기’ 사업은 할머니들이 손수 그린 50여점의 작품으로 그림전시회를 여는 등 의미 있는 행보가 되기도 했다.

조 씨는 “마을지도 만들기를 통해 할머니들 스스로 잊고 살았던 ‘이름’을 찾았다”며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만큼 마음속에 쌓였던 상처 치유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향 지역명을 붙여 OO떡 이라 불렸던 할머니들은 이제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림을 통한 문화예술은 할머니들의 마음에 낙엽처럼 쌓인 상처를 조금씩 쓸어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차분해졌으며, 서로를 칭찬하는 여유와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이다.

조 씨는 “이런 것들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림에 몰두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할머니들을 보며 그들의 삶에 ‘창작의 즐거움’이 꼭 필요한 것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6년간 벌여온 일들은 동네 어른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모든 영광을 동네 어르신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조 씨와 당저마을 할머니들은 11월 중순 ‘그림책 자서전’을 출간할 예정이다. 할머니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실어 만들어지며, 출판 기념회도 계획됐다.

자서전은 6.25 전쟁통에 가마를 타고 산길을 돌아 시집온 이야기 등 흥미롭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내용이 가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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