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3일 광양 최초 여성청년단체 ‘빛나는 청춘’이 발대한지 1년이 지났다. 단체는 여성청년의 목소리 대변을 다짐하고 다양한 권익증진 활동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이 다짐한 공익활동은 여성 자기계발 및 역량강화, 여성인력 파견서비스, 사회참여 확대, 여성정책 제안 등이다. 김한나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경단녀’라는 말이 생긴지 8여년이 지났지만,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뾰족한 해법은 마련되지 않고 있어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로 씨름을 하고 있고, 제한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청년단체 ‘빛나는 청춘’은 집에서 홀로 외로운 사투를 하고 있는 엄마이자 청년을 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빛나는 청춘 김한나(32) 회장은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며 꿈을 키워나가다, 결혼 이후 임신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 어느 정도 아이가 자란 후 취업 일선에 다시 뛰어들 수 있었지만 ‘내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선뜻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리고 둘째가 생기며 4대보험이 있는 직장과는 더욱 멀어졌다.

누굴 탓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연애와 결혼, 임신, 출산, 육아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고, 비혼주의자나 딩크족이 아닌 김 회장에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맑게 자라는 아이와 새로 태어날 생명이 기쁜 만큼 걱정도 커졌다. 앞으로 사회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었다.

당시 김회장은 육아에 도움을 얻고자 가입했던 맘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댓글로 또래의 다양한 엄마들과 집밥 레시피, 육아 팁 등 일상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얻은 것이다. 온라인 창구에는 결혼으로 친구하나 없는 타지에 살게 된 여성들이 많았다. 이들은 외부와의 단절로 인한 소통에 목말라있었다.

김 회장은 “맘카페에서 온라인으로 친해져도, 밖에선 누가 누군지 모르는 반쪽짜리 관계가 아쉬웠다”며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고 회상했다.

원데이 클래스는 일주일에 한번 씩 최대 8명의 인원으로 운영했다. 회차를 거듭 할수록 2~3시간이면 참여자가 금방 마감됐다.

김 회장은 “그들처럼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라 집에 아이용품도 있고 수유하기도 편했다”며  “엄마들이 오기 편한 공간이라 북적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을 통해 만나게 된 엄마들은 그녀와 같은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각자의 전공과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혼 이후 경력이 단절된 것이다. 또한 광양에서는 전공을 살릴 수 없어 일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있었다.

김 회장이 회원들과 뜻을 모아 여성청년단체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양의 많은 여성청년들은 ‘젊줌마’라는 이유로 경단녀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빛나는 청춘은 이전 세대부터 오랜 세월 지속 된 사면초가의 상황에 ‘포기’보다 ‘개척’을 선택했다. 안된다면? 만들지 뭐.

청년 실태 조사 QR코드,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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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업이 구상한대로 이뤄지진 못했지만, 80%는 완료했다”며 “가장 최근에 마무리한 ‘청년 프리마켓’도 일평균 500~600명씩 방문하는 등 8회차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마켓을 통해 재능은 많은데 판로가 없던 여성청년을 발굴한 계기가 됐다”며 “그들을 청년꿈터에서 진행 중인 청년희망스쿨에 강사로 소개하는 등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빛나는 청춘은 ‘청년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가 완료되면 여성청년들이 원하는 직업군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업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수익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강의 연계나 창업 등을 지원하려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발대식만 하고 흐지부지하게 없어지는 단체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집에 있는 여자들을 더욱 많이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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