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운동과 환경이 합쳐진 ‘플로깅’이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로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북유럽을 넘어 지구촌에 빠르게 퍼진 플로깅 문화는, 한국에도 ‘줍깅’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광양지역 또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힙한’ 줍깅 문화가 퍼지고 있다. 그 시초가 바로 ‘광양플로깅’ 모임을 만든 김장원 씨다.

지난 11일 금요일, 플로깅에 참여한 청년들. (왼쪽부터) 장원 씨, 세종 씨, 하나 씨

당근마켓에서 만난 인연
선한 나비효과 되길 바라

장원 씨는 3살배기 첫째 아이와 지난 16일 태어난 둘째 아이까지, 두 아이를 둔 젊은 아빠다. 그는 평소 언론을 통해 해마다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와 코로나로 인한 쓰레기대란까지 겹친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곤 했다.

장원씨는 환경에 도움 될 만한 작은 움직임을 고민하다가 플로깅을 떠올렸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운동 겸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장원 씨는 “얼마 전 둘째가 태어났는데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 플로깅을 시작했다”며 “내가 먼저 솔선수범한다면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12월 8일 광양 우림필유 주변 무지개다리 플로깅 활동에 참여한 청년들
12월 8일 광양 우림필유 주변 무지개다리 플로깅 활동에 참여한 청년들

그는 함께할 사람을 찾기 위해 중고물품 거래 어플인 ‘당근마켓’에 글을 올렸다. 글에는 플로깅의 뜻과 취지를 간략하게 적고, 연락처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링크를 함께 기재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첫 번째 동참자는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전에 귀국한 문세종 씨였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플로깅 글을 보고 연락하자, 장원씨가 ‘용기를 내 함께 해보자’고 말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플로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지난 1일 광양 플로깅 크루가 결성돼 첫 활동을 진행했다. 이후 조금씩 참여인원이 늘어났고 3주만에 당근마켓을 통해 총 7명이 모집됐다. 얼굴도 모르고, 접점도 없던 이들이 ‘환경’이란 키워드로 만나게 된 것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크루는 현재 서로의 이름이나 닉네임을 부르며 오픈 채팅방을 통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12월 4일 광양 중마터미널 주변 플로깅 활동에 참여한 청년들
12월 4일 광양 중마터미널 주변 플로깅 활동에 참여한 청년들

장원 씨는 “수거한 쓰레기는 각자 집으로 가져가 재활용하는 게 플로깅 모임의 규칙”이라며 “활동을 하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종량제 봉투나 에코백, 재사용 가능한 면장갑이나 집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플로깅의 최대 장점은 인원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요즘 같은 코로나시대에 비대면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원 씨를 비롯해 광양플로깅커뮤니티의 바람은 계속해서 참여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한다면 다양한 장소에서 쓰레기 수거가 가능할뿐더러, 그 효과도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광양플로깅의 작은 움직임이 동네를 벗어나 광양 곳곳에 선한 영향력으로 자리 잡길 바라고 있다.

줍는 날보다 뛰는 날이 많아지길
플로깅을 하다보면 쓰레기를 줍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스쿼트 운동 자세와 비슷해진다. 때문에 단순한 조깅보다 칼로리 소모가 높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에는 플로깅 마라톤 대회도 있으며, 일본에는 스포고미라는 쓰레기 수거 경기도 있다. 제주도에도 ‘걸으멍, 도르멍, 주시멍’이라는 플로깅 행사가 해마다 개최되는 등 플로깅에 대한 다양한 국내 기업 및 환경운동연합의 관심도 커져가고 있다.

이처럼 장원 씨도 크루들과 함께 ‘광양플로깅 마라톤 대회’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엔 대회를 열어 더욱 많은 지역민에 플로깅을 알리고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

장원 씨는 “내년엔 광양시 청년커뮤니티 활동 지원 사업에 신청하려 한다”며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게 된다면 플로깅 마라톤 대회 개최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플로깅을 하다보면 쓰레기가 너무 많아 뛰는 것 보다 걷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도시가 깨끗해져 쓰레기를 줍는 일보다 달리는 일이 더 많아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을 마쳤다.

가벼운 복장에 운동화, 마스크를 쓴 청년들은 오늘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종량제 봉투를 들고 달리고 있다.

참여문의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광양플로깅’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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