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체험농장 장성민, 서예신 부부
남정체험농장 장성민, 서예신 부부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요즘 매화가 한송이 한송이 톡톡 터트리더니 제법 탐스런 꽃봉오리를 만들며 작품을 멋지게 디자인해 가고 있다. 방문 열고 나오면 매화꽃이 하얗게 펼쳐진다. 요 며칠 사이에 풍경이 확 바뀌었다. 겨울내내 꽃눈이 새생명을 움틔울 준비를 하더니 이제야 때가 되었나 보다. 우리 마을은 매화꽃이 병풍처럼 둘러싸여있어 밤이면 조명하나 없어도 온 동네가 환하다.

10년이 훌적 넘은 돌배나무 150여 그루가 전정을 못해줘 키가 하늘을 찌른다. 자연의 본성대로 키워야한다는 남편과 그래도 최소한 작업하기 좋게 조금은 잘라야 한다는 내 얘기가 합의점을 못 찾고 몇 년을 보내고 만 것이다. 내가 직접 할 능력이 안 되니 기다리고 지켜 볼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 농장에 오신분들이 “돌배는 원래 이렇게 나무가 커요?” “어떻게 따요? ”라고 한마디씩 하신다. 농사 좀 지어보신 분들은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남편이 몇 년 수확해 보더니 전정의 필요성을 조금은 느낀 듯하다. 과감하게 전정 일정을 잡아 본다. 올해는 꽃 피기 전에 전정 작업을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전정가위로는 턱도 없어 엔진톱과 사다리를 이용해 돌배 전정 작업을 시도한다. 겁부터 난다. 큰 나뭇가지들이 툭툭 잘려 떨어질때면 심장이 멈추는것만 같다. 사다리를 들고 다니며 남편이 안전하게 디디고 설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 남편이 아까워 과감하게 자르지 못하고 자꾸만 망설인다. 좀 더, 더 더. 여기, 여기를 외치며 위만 쳐다봤더니 고개가 깁스를 한 것처럼 뻣뻣하다. 한그루 한그루 하다 끝이 보이더니 언제 끝날까 싶던 작업이 끝나 버렸다. 마무리 정리 작업은 하루 더 해야 되지만…진달래꽃 필 때 면 하얀 돌배꽃이 송이송이 매달린다. 눈부시게 이쁘다.

매실나무에 영양공급, 퇴비뿌리기 작업하는날. 한그루에 퇴비 한포씩 넉넉하게 부어주며 올해는 매실이 낙과되지 않고 수확할 수 있길 바래본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많이 내려 땅이 촉촉하다. 오늘은 구절초, 도라지, 더덕, 등 여러 꽃씨들을 심을 모종판. 녹차씨를 심을 포트와 상토를 사 왔다. 내일은 씨앗 넣는 작업을 해야겠다.

겨울내내 마늘밭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인처럼 지내는 냉이가 한창이고 숨죽이고 있던 고들빼기가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낸다. 도토리 마을학교 아이들이 씨 뿌려 놓았던 겨울초, 봄동, 시금치도 나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 윤구병선생님이 잡초는 없다고 하신것처럼 광대나물, 개망초, 쑥부쟁이, 양지꽃 등이 각자의 자태를 뽐내며 등장한다. 농장에서 가장 먼저 꽃피운 복수초. 커다란 바위 밑에서 햇살 받고 노랗게 활짝 핀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다. 매화보다 한발짝 빨리 핀 남정농장 산수유도 내 카메라의 모델이 되어 준다. 춥고 힘든 겨울을 이겨내고 이제 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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