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민, 서예신 부부남정체험농장
장성민, 서예신 부부 (남정체험농장)

누군가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고 했던가.

허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꿇어야만 보이는 아주 조그만 꽃부터, 동네 어귀에서도 훤히 보이는 자목련까지 남정농장의 꽃들이 다투듯 피고 진다. 화사한 벚꽃마저 잦은 비에 벌써 꽃비를 뿌려대고 있다. 매화와 산수유가 지고 나니 목련, 진달래, 개나리와 누군가 시계 바늘을 잡아 당기듯 벚꽃, 돌배 그리고 복숭아꽃까지 한꺼번에 농장을 색칠해 간다. 철쭉도 벌써 준비 중이다. 천지가 꽃밭이라 꽃구경해야 하는데 왜 몸은 더 바빠지는지, 놀러가기 제일 좋을 때가 농사일이 가장 바쁠 때라는 걸 이제야 온 몸으로 터득해가는 중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나무파쇄기를 임대해 지난달 전정해 두었던 나뭇가지 파쇄 작업을 했다. 기계치인 우리 부부는 처음엔 머뭇거리며 서툴게 작업을 시작하다, 파쇄기의 힘을 파악한 후 막힘없는 손놀림으로 쑥쑥 나뭇가지를 집어 넣었다. 넣으면 넣는 대로 다 부숴버린다. 신세계가 따로 없다. 순식간에 산이 깔끔해진다. 노동속도나 노동량이 기대 이상이다. 조각난 나무 조각은 그대로 땅에 뿌려준다. 훌륭한 퇴비가 되어 줄 것이다.

일년 농사의 준비를 올해는 때 맞춰 할 수 있어 내심 뿌듯하다. 그것도 코로나 덕분일까?
겨우내 땅속에 묻어 촉촉하게 저장해 둔 녹차씨와 동백씨를 상토 담은 포트에 2-3알씩 심어 날마다 물주고 지켜보고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구절초, 바질, 레몬밤, 털머위, 수레국화 등 몇 가지 야생화도 모종판에 심어 지켜보는데 수레국화가 3일 만에 싹을 틔워 깜짝 놀랐다. 주말 비오고 나면 모종을 하려 한다.

구절초가 일주일만에 그다음 레몬밤이 싹을 틔웠다. 제법 생김새가 잡혀간다. 바질은 드문드문 털머위는 전혀 변화가 없다.  도라지, 더덕은 보온 덮개를 해 주었더니 이제야 가느다란 줄기가 올라오는 중이다. 보온 덮개의 효과가 대단하다. 오늘은 덮개를 걷어 주었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했는데 효과 백점이다. 상추, 치커리, 청경채, 아욱도 같이 심었는데 이놈들은 곧 모종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도토리 마을학교 친구들이 텃밭 가꾸는데 사용될 것들이다. 지난주부터 주말이면 비가와 도토리 친구들을 못 만나 많이 아쉽다. 아이들이 신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3월 14일 첫 고사리를 꺾었다. 작년까지는 4월 첫 주에나 몇 개씩 꺾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빠르다. 여기저기서 막 올라온다. 다람쥐마냥 날마다 오르락 내리락 톡톡 고사리 꺾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신선놀음이라 하기엔 허리가 아프고 노동이라 하기엔 너무 재미나고….

내일은 순천대학교에 가서 무농약 인증(유기전환) 갱신 신청을 해야한다. 영농일지도 정리하며 바쁜 하루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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