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민, 서예신 남정체험농장

대나무숲속에서 대나무와 친구삼아 지내던 아카시아 한그루와 참나무 몇 그루 그리고 소나무 두 그루. 지난 겨울엔 전라도에서 최고라는 대쟁이 아저씨가 대나무를 베어갔다. 
그 후 누가 누가 키 크나 매일 시합만 했는지 나무 끄트머리에 잎 몇 가닥 달고 줄기만 기다랗게 남았다. 혼자 남은 홀아비마냥 처량해 보이더니 봄이 짙어지자 이놈들도 제법 숲을 이뤘다. 며칠 전부터는 아카시아가 햇님 사랑 듬뿍 받고 하얀 꽃 봉우리를 피우며 풍성함을 가득 채워가고 있다. 아카시아 꽃차를 만들고 싶은데 높아도 높아도 너무 높아 체험장 창가에 앉아 혼자 아쉬움을 달래 본다.
 온갖 봄나물들이 농장 여기저기서 쑥쑥 올라들 오고 미처 혼자서 감당이 안될 때 마침 체험예약이 밀려왔다. 보통 빵 만들기를 끝내고 농장 산책을 하며 계절별 야생화, 곤충, 나무 그리고 동물들의 흔적들을 찾아보며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익히는 시간을 보낸다. 
소나무 숲에 들어가 해먹도 타고 자연물로 게임도하며 숲이 주는 혜택을 맘껏 즐기며 소풍을 마무리한다. 올해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돼 시도조차 못하던 ‘봄나물 뜯기 체험’을 도토리마을학교 친구들과 용감하게 도전했다. 
다회차 프로그램을 하던 친구들이고 부모님과 함께여서 걱정은 잠시 접어뒀다. 현수막으로 만든 재활용 앞치마를 하나씩 두르고 나선 친구들.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울러 퍼진다. 지난 겨우내 고라니와 산토끼의 밥이 되었던 시금치가 봄이 되자 무성하게 자랐다. 
도토리마을학교 친구들의 앞치마로 시금치가 쑤~욱 들어간다. 고사리와 취나물, 방풍나물까지 여기저기서 다들 손이 바쁘다. 쑥도 한몫 거든다. 앞치마가 두둑해질 때까지도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토리마을학교 친구들부터 시작해 유치원 어린이, 직장인들까지 다들 좋아하셔서 덩달아 들뜨고 기분이 좋아졌다. 뜯은 나물들로 육개장을 끓여 먹었다는 친구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혼자 고추 심을 두둑을 만들었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나름 널찍하게 두둑을 지어 놓았다. 꽤 잘 만든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집에 돌아오니 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렇다고 다시 가서하기는 귀찮고…. 
아니나 다를까 남편 맘에 안 들었나 보다. 칭찬은커녕 두둑이 좁다, 고랑이 좁다 티격태격 하다 결국 남편이 줄자를 들었다. 1미터폭의 두둑과 60센티폭의 도랑으로 재작업. 네 두둑을 세 두둑으로 재편성했다. 고추가 자라기엔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렇게 우리의 봄철 고추두둑은 마무리 되었다. 결국 찍소리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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