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꽃차가 전해준 일상의 행복

장성민, 서예신 부부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몸이 움츠러든다. 동지를 앞두고 어둠이 조금씩 빨리 찾아온다.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밖은 깜깜하기만 하다. 밖은 춥고 어두운데 방안에 있는 난 등 따시고 배부르고...
찻잔 속에 노란 꽃 두 세 송이 조심스레 담아 본다.

팔팔 끓인 뜨거운 물을 찻잔에 부어주니 노란꽃물이 조금씩 퍼지더니 어느 샌가 노랑이 찻잔을 가득 채워 버렸다.

너무 곱고 예뻐 바로 마실 수가 없어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한다. 찻잔이 어느 날은 노랑이고 또 어느 날은 주황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풀 냄새 가득한 연둣빛이기도 하다.

날마다 체험활동이 이어지고 겨울이 오기 전 해야 할 일들은 많기도 하다.

토란 캐서 들깨토란탕 끓여 먹기, 영양떡이랑 시루떡 만들어 먹게 호박고지 만들기, 소화에 좋다고 지인이 추천한 무말랭이 만들기, 무청시래기 삶아 말리기... 아직도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체험 끝나고 뒷정리 하고나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나는 소쿠리와 가위를 들고 농장 입구 자칭 남정가든으로 향한다.

그곳엔 여러 종류의 허브들과 메리골드 그리고 감국이 심어져 있다. 풀 속에서 크고는 있지만 꽃차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심어놓은 것들이다. 싱싱하고 탐스런 메리골드 꽃송이를 가위로 하나씩 잘라 소쿠리에 담는다.

식초 물에 담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 후 김이 오른 찜솥에 쪄낸 후 건조기에서 바짝 말린다.

완성된 꽃차를 보니 어딘가 이상하다. 꼭지가 길게 달린 모습이 영 이상하다. 꼭지를 제거하자니 그것도 시간 소비가 만만치 않다.

어느 날은 가위 없이 손으로 꽃송이만 톡톡 따 보았다. 어라? 깔끔하게 꽃송이만 따로 분리가 되네? 그것뿐만 아니라 작업 속도도 메가톤급이다.

멍청하게도 대여섯 번을 해본 후에야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하루는 메리골드꽃향이 또 하루는 감국향이 온 방안을 가득 채우며 늦가을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은 메리골드 옆에 심어진 레몬밤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 잎을 자랑하던 여름날엔 무엇하고 잎이 없어지고 새순이 조금씩 붙어 있는 저것들을 추워지기 전에 차를 만들 생각을 할 것인가 말이다.

두꺼운 팬에 덖은 후 비비고 다시 덖고 이렇게 네 번을 덖은 후 건조기에 말린다.

덖어서 그런지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한 게 좋다.

애플민트도 가는 세월이 아까워 한통 만들어 둔다. 이번 주말에는 로즈마리 가지치기도 할 겸 잎을 따서 만들어 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 열심히 검색을 해야 할 모양이다.

이 녀석들이 산골의 긴 겨울동안 나의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