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농장 장성민. 서예신 부부

비바람도 막아주고 사생활도 적당히 보호해주는 아늑한 울타리며 당당히 버티고 서서 멋진 남정들녘을 반쯤 막아 버리는 방해물이기도 하는 대나무밭.

그 가장자리에서 남편은 추운 겨울에도 짬짬이 대나무를 베기 시작하더니 산책길에 그것을 하나둘 산꼭대기까지 옮겨 놓았다. 

남정꽃동산 대나무 울타리 교체 작업을 마치고 저녁 찬거리로 봄동과 시금치를 소쿠리에 담아놓고 봄동 사이사이에서 올라오고 있는 냉이와 달래를 한 웅큼 캐서 힘들게 일어나는데 남편이 농장 꼭대기에 가보자 한다.

소쿠리를 길바닥에 그대로 두고 산 쪽을 향한다.

며칠 만에 보는 농장의 모습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얀 털에 푹 쌓여있는 자목련의 꽃눈이 그사이 몇 배 이상 부풀어져 있어 훨씬 풍성하게 보인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수피를 벗겨내며 겨울을 보내고 있던 산수유를 보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추운 겨울 보호막이 돼주었던 겹겹이 쌓여있는 벽을 부수고 샛노란 꽃잎이 뾰족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어찌나 예쁘던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좀 더 올라서니 전정 작업과 잔가지 파쇄작업을 마친 잘 정리된 매실밭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작업 결과라 뿌뜻하다. 이렇게 시기 맞춰 하기도 처음이라… 매실 꽃봉오리도 붉은빛 푸른빛이 점점 옅어지고 있고 양지바른 곳은 활짝 핀 꽃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아마도 갑작스런 추위가 오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싶어 마음껏 꽃을 즐기지도 못한다.

소나무 둘레길 경사지에 작년에 설치해 두었던 대나무가 벌어지고 휘어지고 해서 새파란 대나무로 교체 작업을 했다.

같이 가자고 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작업을 마치고 우리들의 쉼터로 갔다.

오랜만에 방문한 마누라를 위해 커피를 끓여 준다한다. 무쇠 솥 화덕에 솔가지 몇 개 주워 불을 붙이고 코펠을 올려둔다.

금방 물이 끓고 따뜻한 솥 주위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온몸으로 마신다.

이제 숙제 검사할 차례다. 숲 속 놀이터를 이용할 친구들을 위한 놀이기구를 하나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단, 농장에 있는 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들어야 한다. 대나무를 사용한 외나무다리가 네 개나 나란히 설치돼 있다. 제법이지 싶다. 직접 걸어 보았다.

아, 어렵다. 발을 나란히도 해 보고, 옆으로 틀어도 보고, 천천히 걸어도 보고, 빨리 걸어도 보고.. 땀이 나도록 연습하며 실컷 웃고 내려왔다. 봄이 되면 많은 친구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동 겉절이와 봄동배추전, 냉이 된장국, 시금치나물 그리고 달래장으로 이른 봄 기운에 취해본다. 남정농장에 벌써 봄이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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