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애 시인

인터넷 포탈 실시간 검색창 <실외 마스크 해제>가 휙~휙~지나간다.

반가움에 클릭! 클릭! 벌써 몇 번째 눌렀다. 마스크, 자가진단키트, 거리두기, 예방접종, 재난문자발송 등 우리는 지난 2년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을 맞이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잘 견디고 버텨왔다.

그동안 마스크로 입을 봉인한 채 견뎌야만 했던 인고의 시간들, 의심스런 눈빛으로 사람을 경계하며 움츠려 들었던 일상들이 얼마나 우울했던가? 소소한 일상마저 무너져 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겨워 촘촘한 그물망을 짜며 모든 걸 묶어 두었다.

매일 수다를 떨며 만났던 친구가 코로나로 세상을 떠나버렸고 아침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이웃이 하얀 방호복을 입은 보건소 직원들에 의해 수갑을 채우듯 음압병실로 이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던 지난 시간들,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될까? 중얼거리듯 내 뱉던 말들이 <실외 마스크 해제>로 드디어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통의 분담은 우리 모두의 몫이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딱히 구분 짓지 못한 재난상황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싸워야했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서로 나누고 위로하며 안부를 물었던 우리들, 나는 지난 2년간 마음속 고독을 토해내며 묵언 수행 [默言修行]을 했다. 불교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는 참선이 묵언수행이다.

묵언수행의 목적은 말을 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수행의 방법이다.

나는 지은 죄도 없지만 그동안 내 입을 통해 뱉어냈던 말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진 않았을까? 혹여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하며 마스크로 입을 꼭꼭 동여맨 동안 마음을 달래며 묵언수행을 했다.

가끔은 묵언 수행도 필요했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다시 새로워지는 나를 발견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으니 그 또한 좋은 방법이었다. 때로는 호숫가에서 산책을 하며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했고 집에서 멍~ 때리며 명상음악을 통해 마음의 고요한 풍경 하나를 그리기도 했다.

살면서 어찌 우울하지 않은 날이 없으랴. 나 또한 지난 2년간 하던 일이 모두 멈춰버리니 갑자기 배당받은 시간의 여유로움과 맞서 싸우며 묵언 수행으로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사람들을 많이 모아 놓고 강의를 하며 해설을 하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직업이 하루아침에 일감이 끊겨 버리니 허전한 공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리 모두는 대단했다. <실외 마스크 해제>를 이끌어 오기까지 일선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냈던 의료진들과 질병본부 등 당신들은 K방역을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어떠한 문장의 말 한마디

가 그들에게 전한다면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이 있어 든든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마스크는 벗었지만 나는 습관처럼 오늘도 묵언수행을 한다. 나의 삶이 우리 모두의 삶이 행복해 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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