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농장 장성민, 서예신

지난달 심은 콩들이 무거운 흙을 뚫고 올라와 초록으로 줄지어 밭을 채워준다.  조금한 바람에도 한들거리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쁘다. 그것도 잠시 콩들 사이로 풀들도 함께 자라나 빈 공간을 빼곡하게 채운다.

“저거 그대로 두면 안 돼, 더 크기 전에 구와로 툭툭 긁어 버려” 하고 얘기하시는 동네 할머님들의 말에 “예” 하고 대답한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간다.

그사이 풀들이 쑥쑥 자라 구와대신 호미를 들고 풀을 맨다. 뽑아낸 풀들이 얼마나 많은지 콩밭 고랑의 흙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야 숙제를 마친 것처럼 속이 후련하다.

콩들이 며칠 간격으로 내리는 비에 무럭무럭 자란다. 햇볕에 말라 죽을 줄 알았던 풀들도 절반 이상 다시 뿌리를 내리고 고개를 쳐들고 있다.

그래서 여름날 풀매기는 계속 되고 있다. “빨리 콩순 막아. 그렇지 않으면 잎들만 무성하고 콩이 달리지 않아” 하시는 아지매들 얘기와 유튜브에서 콩 수확 많이 하는 법에서 나온 콩순치기 시기가 지금이지 싶어 마음이 바빠진다.

해가 얼핏 수그러들자 무릎 위까지 자라 넘실대는 콩밭으로 들어선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땀이 줄줄 흐르고 모기가 물어뜯어도 두 손 열심히 콩순을 따고 있다. 얼핏 유행가 한 구절이 떠오른다.  “콩~밭매는 아낙네야 ~~” 그 구절만 연속 재생되며 웃음이 나온다.

 

지난달 우리들의 문화생활은 시작됐다. 유년시절부터 축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남편의 축구 사랑 때문이다.

하루는 K2리그 하위팀인 전남드래곤즈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용인대 이장관 감독으로 전격 교체 되었다고 한다. 날마다 유튜브 검색으로 감독님이 했던 시합들을 찾아서 본다.

용인대의 전설도 얘기해 주며 전남드래곤즈의 색깔이 수비주도에서 공격형으로, 전방에서부터 압박축구로 바뀐다고 앞으로 기대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남편의 축구해설을 들으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축구에 대한 마음을 열고 있는 중이다. 정말 오랜만에 드래곤즈 홈구장을 다시 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찾은 축구장은 많이도 변해 있다. 과거에는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시합 두 시간 전에 갔었는데 지금은 좌석이 구역제로 바뀌어 있다.

본부석 맞은편 E구역으로 가보니 노랑과 검정 의자로 깨끗하게 통일되어 있다. 지난 날 꽉 찬 관중석대신 빈 의자가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노상래, 김태영, 김도근, 김남일... 이름만 대면 알던 선수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시합 내내 전광판의 이름과 선수 등번호를 일치시켜가며 새겨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도 대낮처럼 밝은 조명탑 아래서 푸른 진디를 가르며 전력을 다 하는 선수들이 고맙다. 그렇게 우리들의 시골에서의 문화생활, 야간축구 경기 투어가 다시 시작됐다.

몇 번 축구장을 찾으니 선수들 이름과 포지션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더운 날씨에 치열하게 싸우는 선수들과 이장관 감독의 첫 승을 기대하며 담 주 월요일 홈 야간경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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