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詠梅(영매) 

                                                     근제 안축            

        관동매화 감상하니 늦게 핀 가지 좋고

        그 모진 비바람에 사람들은 다 쓸어도

        세속에 벗어난 신선 화장대에 비추네.

        關東處處賞梅花    愛此新枝最後開

        관동처처상매화    애차신지최후개

        風雨人間春掃地    出塞仙艶映粧臺 

        풍우인간춘소지    출새선염영장대

선현들의 대체적인 시문을 보면 매화의 기상을 제일로 치고 있는 경향이다. 봄의 전령이나 되는 듯이, 늦겨울 눈망울과 친구라도 사귀려는 듯이 눈 속에서 그 자태를 자랑한다. 점차 자취를 감추면서 물러가는 겨울의 길목에서 열매를 맺으니 그 아니 다정하고, 정겨웠으랴. 시인도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했기에 매화를 보고 그냥 놓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진 비바람에 봄을 쓸어낸대도 그 봄이 가만히 화장대에 비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신선의 기풍만이 화장대를 환하게 비추는데(詠梅)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근제(謹齋) 안축(安軸:1282~1348)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관동 곳곳에 자란 매화를 감상하고 보니 / 가장 늦게 피는 이 새 가지가 매우 좋기만 하구나 // 모진 비바람에 사람들이 봄을 다 쓸어낸다고 할지라도 / 세속을 벗어난 신선 기풍만은 가만히 화장댈 비추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매화를 읊다]로 번역된다.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알려진다. 마지막 기승이라도 부리는 추위의 틈바구니를 뚫고 매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매화란 이름이 붙여진 이름인지도 모른다. 백성에 대한 연민이 묻어나는 시문 「관동와주」와 자연 경관을 노래한 경기체가 「관동별곡」 9장을 다 아우르고 있는 것 같이 작품의 배경이 든든하게 자리한다.

 그래서 시인은 관동 곳곳에 자란 매화를 빈틈없이 감상했을 것 같다. 그런 후에 비평과 감상을 아우르는 이 시문을 썼을 지도 모른다. 막내가 더 예쁘다고 했던가. 마지막에 핀 새 가지를 아꼈던 시심의 아름다움을 만난다. 막내둥이를 아끼는 마음과 사랑하는 자상한 마음도 살피게 된다.

 화자는 가장 늦게 핀 새 가지가 매우 좋다는 그 이유를 살며시 들어 보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모진 비바람에 사람들이 매화와 함께 다가서는 봄을 묻어낸다 할지라도 아끼는 자기의 기풍을 버리지 않으리라 다짐이나 하는 듯하다. 세속을 벗어난 신선의 기풍만이 가만히 화장대를 비추기 때문이었으리라. 여성다운 느낌을 받는 작품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자란 매화 감상하니 새 가지가 너무 좋아, 봄을 쓸어 간다고 해도 기풍만은 그대로일쎄’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근제(謹齋) 안축(安軸:1282~1348)으로 고려 말의 문신이다. 아버지 대까지 순흥의 향리를 지내다가, 그에 이르러 과거를 통해 중앙 정계로 진출한 전형적인 신흥사대부다. 1307년(충렬왕 33) 성균시에 급제하여 금주사록이 되었다가 예문춘추관검열수찬, 사헌규정이 되었다.

【한자와 어구】

關東: 관동지방. 강원도 지방. 處處: 곳곳. 賞梅花: 매화를 감상하다. 愛: 좋다. 사랑하다. 此新枝: 이 새 가지. 最後開: 가장 늦게 피다. // 風雨: 모진 비바람. 人間: 인간, 사람. 春掃地: 봄을 다 쓸어내다. 出塞: 세속을 벗어나다. 仙艶: 신선 기풍. 映粧臺: 화장대를 비추다. 화장대에 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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