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기 발행인
황망기 발행인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는 소통을 위한 필수적인 존재다.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도로를 통해 이뤄진다. 그렇지만, 현대에서 도로의 개설은 때로 많은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초, 우리 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백운산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논란도 그랬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도로가 환경에는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도11호선으로 계획된 백운산 관통도로는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와 구례군 간전면 중대리를 잇는 도로로 백운산을 관통해 통과할 예정이었다. 총연장 5.5㎞를 8m폭으로 개설하는 이 도로의 광양구간은 2.5㎞고, 구례구간은 3㎞다. 백운산 한재를 넘어가는 이 도로가 개설될 경우 광양시와 구례군은 물론 경남 하동군과 광양읍권을 최단거리로 연결하게 된다. 2016년 당시 옥룡면 이장단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은 도로개설을 적극 찬성했지만, 지역 환경단체와 백운산을 관리하는 서울대 남부학술림,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이 환경파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도로개설은 무산됐다. 당시 광양환경단체의 주장 중에는 도로가 개설될 경우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운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되어 있었다. 동식물의 보고인 백운산을 관통하는 도로개설은 환경 문제만을 고려한다면 용인하기 힘들다.

한동안 잠잠했던 백운산 관통도로 개설 문제가 민선 8기 출범을 앞두고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옥룡면을 비롯한 광양읍권 주민들을 중심으로 군도 11호선을 개설해 백운산권 관광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는 민선8기 출범 이후 섬진강권 단체장들이 합의한 통합관광벨트 조성사업과도 연계된다. 광양시와 곡성·구례·하동군은 지난해 10월 섬진강권 통합관광벨트 조성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난 8월에는 단체장들이 모여 섬진강권 통합관광벨트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섬진강권 통합관광벨트 조성사업을 포함한 5,500억 원 규모의 ‘지리산·섬진강 영호남 동서 내륙 관광벨트 사업’을 지역 핵심공약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백운산을 관통하는 군도 11호선은 광양과 구례의 경계인 구례군 간전면 하천리로 이어지고, 이곳은 남도대교를 통해 바로 하동군 화개장터와 연결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도로개설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운산 관통도로 개설에 있어 환경문제는 여전히 가장 큰 과제다. 백운산 일원은 지난 1993년 정부에 의해 자연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원시 자연림이 분포하여 우리나라의 특산종과 희귀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백운산은 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보전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도로를 개설하되, 수소차나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만 통행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개발과 보전의 문제는 산업화가 이후 꾸준히 제기되는 질문이다. 문제는 양자의 조화다. 백운산 도로개설 문제가 지역사회의 또 다른 뇌관이 되지 않도록 환경보존과 개설에 따른 효과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