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水如風居(수여풍거) 

                                          나옹선사 원혜

 

        청산을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성냄도 벗어놓고 물과 같이 살라하네.

        靑山見我無語居    蒼空視吾無埃生

        청산견아무어거    창공시오무애생

        貪慾離脫怒抛棄    水如風居歸天命

        탐욕이탈노포기    수여풍거귀천명

큰 스님을 만난다. 인생의 근본을 가르치고 있다. 재물을 모으는데 눈이 멀어 아옹다옹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까지도 채찍질을 한다. 흔히들 이야기한다. 죽으면 아무 것도 가지고 갈 것도 없을진데 뭐 그리 아옹다옹하면서 사느냐고들 한 마디씩 하지만, 사는 동안은 그렇지 못하고 재물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모두가 돈 때문이려니.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고 가르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아야지(水如風居)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나옹선사(懶翁禪師) 원혜(元慧:1320∼1376)로 고려의 고승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가 없이 살라하네 //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 물같이 바람같이 꼭 그렇게만 살다가 가라하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하네]로 번역된다. 이색이 쓴 비문에는 7-8언 고시풍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 聊無愛而無惜兮: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 如水如風而終我: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로 되어 있어 얼핏 보아 작자에 대한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겠으나 시인의 작품을 두고 다른 각도에서 쓴 작품이 시적인 배경도 된다.

 시인은 말없는 청산과 창공이라는 또 다른 객관적 상관물과 연관을 지어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라는 시적인 표현이다. 여기서 ‘나는’ 몰론 시인 자신을 가리키다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화자는 인간의 칠정(七情)인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인 ‘탐욕과 성냄’도 모두 벗어 놓으리라는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자연 그대로인 물같이 바람같이 꼭 그렇게만 살다가 초로(草露)와 같이 조용히 살다가 가라고 가르친다. 동양적인 겸양의 미덕이라는 가르침 앞에 숙연해 진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청산은 말이 없고 창공은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과 성냄 벗어 놓고 바람같이 살라하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나옹선사(懶翁禪師) 원혜(元慧:1320∼1376)로 고려 후기의 승려이다. 다른 호는 강월헌(江月軒)으로 알려진다. 시호는 선각(禪覺)이다. 20세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출가하여 사불산(공덕산) 묘적암의 요연 밑에서 득도하고 승려가 되었다. 지공, 무학과 함께 삼대화상이라 불린다.

【한자와 어구】

靑山: 청산. 見我: 나를 보다. 無語: 말이 없다. 居: 살다. 蒼空: 창공. 視吾: 나를 보다. 無埃: 티없다. 生: 살다. // 貪慾: 탐욕. 離脫: 벗어 놓다. 怒: 성냄. 抛棄: 포기하다. 벗어 놓다. 水如: 물과 같다. 風居: 바람과 같이 살다. 歸天命: 천명으로 돌아가다. 곧 살다가 귀천(歸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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