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同江(대동강)[1] 

                                              남호 정지상

        뜰 안에 하나 남은 낙엽도 떨어지며

        마루 밑에 온갖 벌레 구슬피 울적에

        떠난 임 붙잡지 못해 유유히도 가시나.

        庭前一落葉    床下百蟲悲

        정전일낙엽    상하백충비

        忽忽不可止    悠悠何所之

        홀홀불가지    유유하소지

대동강은 이별의 정한을 많이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으로 떠나는 뱃길이 대동강이요, 가족 친지가 나와 전송하기에 알맞은 곳이 그곳이었다. 그래서 대동강을 두고 이별의 정한을 나누는 시문이 유독 많다. 교통이 발달한 요즈음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말고 돛단배랄지 우마 혹은 도로로 떠나는 길이었기에 한번 이별은 영원한 이별로 느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떠나는 임을 붙잡지 못해 ‘어디로 가셨나이까’를 연발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유유히 배를 타고 임은 어디로 가시었는가(大同江1)로 번역해본 율(律)의 전구인 오언율시다. 작가는 남호(南湖) 정지상(鄭知常:?∼1135)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뜰 안에 하나 남은 낙엽마저 떨어지고 / 마루 밑엔 온갖 벌레들 구슬프게 우는구나 // 떠나가는 내 임을 차마 붙잡을 수가 없었는데 / 유유히 배를 타고 사랑하는 임은 어디로 가시는가]라고 시상이다.

위 시제는 [대동강에서 임과 이별하며1]로 번역된다. 시인의 절구 [대동강]은 이별의 정수로 손꼽히는 작품인데 다시 같은 제재題材를 원용하여 오언 율시를 쓰고 있다. 칠언절구보다는 압축을 더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동강이 고려인의 이별의 정한이 서려있음이 시적인 배경이겠다.

 시인은 떠난 임을 남포에서 이별한 뒤로 집에 와 그리워함을 시 속에 나타내 보이려했다. 뜰 안에는 하나 남은 낙엽마저 지고 / 마루 밑엔 온갖 벌레들 구슬프게 울고 있다는 先景선경의 시상은 임을 떠올리려는 후정後情을 일으키려는 조화로운 짜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화자는 떠다는 임을 그리고 있다. 멀리 떠나는 그 임을 더 이상 붙잡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보내야만 했었는데, 임은 유유히 배를 타고 지금쯤 어디로 가시는가 것인가라는 보고픔이란 한탄으로 이어지려는 작품으로 보인다. 화자는 다시 후구로 이어지는 시적 상상은 [내 마음 님이 가신 산모퉁이에 머물고 / 외로운 꿈 깨어 보니 달만 밝구나 // 남포에 봄물이 푸르거든 / 님이여! 부디 잊지마시오, 오신다는 약속만은]이란 시심으로 연속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뜰안 낙엽 떨어지고 온갖 벌레 우는구나, 떠난 임을 잡지 못해 임은 멀리 떠나가고’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남호(南湖) 정지상(鄭知常:?~1135)으로 고려 중기의 문신이다. 1114년(예종 9) 과거에 급제했었다. 1127년(인종 5) 좌정언으로 척준경이 이자겸을 제거한 공을 믿고 발호하므로 이를 탄핵하여 유배하도록 했다고 한다. 1129년  윤언이 등과 시정의 득실을 논하는 소를 올렸다.

【한자와 어구】

庭前: 뜰 앞에. 一落葉: 하나 남은 낙엽. 床下: 평상 아래. 마루 밑. 百蟲: 온갖 벌레. 많은 벌레. 悲: 슬피 울다. // 忽忽: 홀연히. 갑자기. 不可止: 멈추지 못하다. 붙잡지 못하다. 悠悠: 유유히. 의젓하게. 何所: 어느 곳. 어디로. 之: 가다. 여기서는 [之]가 가다는 뜻으로 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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