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同江(대동강)[2] 

                                                 남호 정지상

        마음에 임이 가신 산모퉁이 머무르고 

        외로운 꿈을 깨니 달빛만이 밝아오네 

        그 약속 잊지 마시오 푸르거든 봄물이.

        片心山盡處    孤夢月明時

        편심산진처    고몽월명시

        南浦春波綠    君休負後期

        남포춘파록    군휴부후기

떠나려는 임을 붙잡을 수 없어 아쉬운 이별주의 한 잔 속에서 아름다운 가곡과 시문을 쏟아냈던 것이 우리 선현들이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유(類)의 시문이 많다. 작가는 이미 서정의 정수를 이루는 고려 최고의 시인이었다. 가히 쌍벽을 겨룰만한 자가 없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현실 앞에 놓여져 있는 이별 앞에서는 그렇게 나약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남포에 봄물이 푸르거든 님이여! 부디 잊지마오 ‘오신다는 그 약속’이라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님이여! 잊지마시라, 꼭 오신다는 약속만은(大同江2)로 제목을 붙여본 율(律)의 후구인 오언율시다. 작가는 남호(南湖) 정지상(鄭知常:?∼1135)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내 마음은 임이 떠나신 산모퉁이에 머물고 / 외로운 꿈을 깨어 보니 달만 저리도 밝구나 // 남포에 봄물이 다시 푸르거든 / 님이여! 부디 잊지마시오, 꼭 오신다는 약속만은]이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대동강에서 임과 이별하며2]로 번역된다. 전구에서는 [뜰 안에 하나 남은 낙엽마저 지고 / 마루 밑엔 온갖 벌레들 슬피 우는구나 // 떠나가는 임은 붙잡을 수 없는데 / 유유히 배를 타고 임은 어디로 가시는가]라고 읊었다. 떠나는 임을 간절하게 그리는 시상으로 이어지는 후구에서는 더욱 애절함을 담았던 것이 시적이 배경이 되고 있다 하겠다.

 임을 떠나보낸 시인의 마음은 뚜벅뚜벅 걸어가는 산모퉁이에 머물러 있다고 했으며, 보내고 난 다음에 외로운 꿈을 깨어 보니 달만 저리도 밝구나는 시상을 일으킨다. 다른 시인들이 임을 보낸 마음을 더는 다른 말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서성이며 할 말을 잊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자기의 애틋한 심정을 모두 토로한 화자는 다른 말을 찾을 수 없게 한다. 다만 떠날 때 손가락을 걸듯이 했던 그 약속만은 꼭 지켜달라는 애원 이외엔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임이 떠난 남포에 봄물이 찾아와 다시 푸르거든 ‘사랑하는 임이시여! 부디 잊지마시오, 꼭 돌아오시겠다는 그 약속만은’이나마 소망하는 마지막 부탁의 시상을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임이 가신 산 모롱이 외로운 꿈 달은 밝고, 남포 봄물 푸르거든 그 약속 잊지 마소’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남호(南湖) 정지상(鄭知常:?~1135)으로 고려 중기의 문신이다. 1129년 좌사간으로 기거랑 윤언이 등과 시정의 득실을 논하는 소를 올리니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정치에 깊이 간여하면서 음양비술에도 관심이 많아 묘청·백수한 등과 삼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자와 어구】

片心: 일편단심. 山盡處: 산모퉁이. 산모롱이 어느 곳. 孤夢: 외로운 꿈. 月明時: 달이 밝을 때에. // 南浦: 남포. 春波綠: 봄물이 푸르다. 봄에 출렁이는 파도 같은 녹음. 君: 임이시여! 休負: 저바리지 말라. [休]는 ~하지 말라는 부정형. 後期: 훗날의 기약. 다음에 만나자는 그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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