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기 발행인
황망기 발행인

2014년 4월 18일, 안산 단원고의 강 모 교감이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일 만이었다. 

단원고 2학년생 325명의 제주도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였던 강 교감은 제자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에 있어 강 교감은 피해자였다. 정작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저만 살겠다고 가장 먼저 침몰하던 배를 탈출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명백한 인재로 드러났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역시 사전 예방이 가능한 참사였다는 점에서 인재이자 국가의 직무유기가 빚은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지만, 참사가 발생하고 보름이 넘었지만, 자기 책임을 인정하는 이는 없다. 

‘마음 속의 책임’이라는 희한한 말장난도 등장했다. 국민들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장관과 경찰청장 등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참사의 진상을 밝히겠다며 시작한 특별수사본부는 일선 경찰과 소방에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그리고, 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용산경찰서 정보계장과 서울시의 안전지원과장이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수 십 년을 공직에 종사해 온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단원고 교감선생님의 사례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주어진 권한에 걸맞는 책임지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급 공무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자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에는 사법적 책임도 있고, 정치적 책임도 있고, 도의적 책임도 있지만, ‘마음의 책임’은 없다.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비겁한 자들이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다보니 158명의 죽음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내가 수습을 하겠다’며 버티는 상황을 목도하게 한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독재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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