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金剛山(금강산) 

                                                  문경 성석린

        금강산 일만 이천 높낮이가 같지 않네

 

        그대는 보았는지 해가 돋는 처음 자리

        맨 먼저 붉어진 곳이 어디인지 말하게.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

        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

        君看初日出    何處最先紅

        군간초일출    하처최선홍

우리의 산은 명산이 아님이 없지 않지만 금강산의 수려한 경관은 아무리 칭찬한들 부족함이 없으리라. 그래서 사계절마다 절경에 따른 이름을 붙여 놓지 않았던가 싶다. 봄에는 금강(金剛), 여름에는 봉래(蓬萊), 가을에는 풍악(楓嶽), 겨울에는 개골(皆骨)이란 이름들은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금강산의 해돋이는 다른 산을 말할 것도 없고, 바다에서 보는 경관이 가히 장관이었으리니. ‘그대는, 금강산의 첫 해돋이를 보았는가’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대는 보았는가? 금강산의 첫 해돋이를(金剛山)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문경(文景) 성석린(成石璘:1338∼1423)으로 조선 초기의 문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오묘한 저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인데 / 산이 높고 낮음이 저마다 같지가 않구나 // 그대는 행여 보았는가? 금강산의 첫 해돋이를 / 보았다면 어느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더이까]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금강산을 보며]로 번역된다. 금강산을 두고 많은 이름이 붙여진다.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계골산이란 이름이다. 그만큼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제각기 이름붙이기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을 보는 일만이천개나 되는 봉우리를 보면서 제 각기 달리하는 시상이 시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시인은 우리의 명산 금강산을 찾았다. 금강산의 오묘한 일만 이천 봉의 기이하게 높고 낮음이 저마다 같지 않다는 점에서 시적인 상상력을 얻는다.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해서 북쪽에는 오봉산, 옥류봉, 상등봉, 금수봉, 서쪽에는 영락봉, 용허봉, 남쪽에는 월출봉, 일출봉, 차일봉, 백마봉, 동쪽에는 세존봉 등이 있어 제각기 모양과 자태를 뽐낸다.

 그래서 금강산을 찾았던 이들에게 향하여 화자의 호소 한 마디를 그냥 던지게 된다. [그대는 행여 보았는가? 첫 해돋이를]라고 하면서. [만약 그 첫해돋이를 보았다면 어느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더이까?]라고 하면서 묻는다. 짧막한 오언절구 한 마디에서 화자의 넉두리라고 보태고 뺄 말은 하나도 없어 보이지 않는가.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금강산 일만 이천 봉 높고 낮음 같이 않네, 보았는가? 해돋이를 어느 곳이 붉더이까?’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1338∼1423)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고려 1357년(공민왕 6) 문과에 급제한 후 사관에 선발 보임되었으며, 이후 거듭 승진해 전의주부가 되었다. 차자방 비칙치로 임명했으며 전리좌랑, 전교부령을 역임하였다. 시를 잘 짓고, 초서를 잘 썼다.

【한자와 어구】

一萬二千峰: 일만 이천 봉. 금강산의 여러 봉우리를 뜻함. 高低: 높고 낮다. 높은 산과 낮은 산. 自: 저마다. 산 자신마다. 不同: 같지 않다. // 君看: 그대가 보다. 여기서는 의문문으로 보아 ‘그대는 보았는가’. 初日出: 처음으로 해가 나오다. 何處: 어느 곳. 어디. 最先紅: 가장 먼저 붉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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