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기 발행인
황망기 발행인

민선 단체장이 직접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개최하는 ‘시민과의 대화’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다. 민선 8기 정인화 시장도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12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시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시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시민과의 대화인만큼 다양한 현장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수십년째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은 변화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열린 시민과의 대화는 대략 1시간 40분정도 소요됐다. 그러나, 첫 40분은 참석한 각급의회 의원들의 인사말과 시정성과 홍보, 읍면동 주요사업 보고 등으로 소모됐다. 나머지 1시간이 시민이 직접 묻고, 시장이 답하는 시민과의 대화였지만, 이 과정에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물론, 현장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들을 시장이 직접 소통하면서 듣는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시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주민들의 불편이나 건의사항을 수렴할 통로는 굳이 현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시장과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인사들은 대부분 평상시에도 자신들의 생활불편을 언제든지 읍면동을 통해서나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전달할 수단을 갖고 있는 이장이나 주민자치위원, 혹은 지역단위 기관장들이다. 굳이 시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빌리지 않고도 필요한 민원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민과의 대화에서 제기된 민원들이 전혀 새롭거나 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처럼 현장민심 청취를 명분으로 시민과의 대화를 하는 것은 선출직 단체장이 시민들과 스킨쉽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유권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그 형식이다. 굳이 날짜와 시간과 기간을 특정하고, 간부 공무원들을 대거 대동하고 현장을 찾을 필요가 있는가부터 따져 보어야 한다. 이번 시민과의 대화에는 국소장급 간부들이 전원 참여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발언에 나선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국장이나 소장이 아닌 실무 과장이나 팀장, 혹은 실무 공무원이다. 시장과의 현장대화에서 나오는 민원은 얼마든지 사전 취합이 가능하다. 읍면동을 통해 사전 취합한 건의사항 등을 검토해 이를 직접 답변해 줄 수 있는 과장이나 팀장, 실무자들을 배석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또, 대화 시간을 일과시간으로만 한정하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날 것 그대로의 민심 청취가 목적이라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변경해 운영하는 파격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좀더 실용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시정홍보나 읍면동의 주요 추진사업 보고는 반상회보나 이장단 회의 등 읍면동 단위의 각종 모임을 통해 해결하고, 시민들이 시장을 직접 만나는 시민과의 대화는 보다 내실있는 대화와 토론의 장이 되도록 꾸며볼 필요가 있다. 민선자치가 시작된지 30여년이 되도록 형식과 내용이 그대로인 시민과의 대화의 틀을 지금부터라도 바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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