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기 발행인
황망기 발행인

“광양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광양을 상징하는 특산품은 무엇이지요?”, “광양을 대표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누군가에게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광양불고기, 매실 하는 식으로 답해줄 수는 있겠지만, 광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불고기를 보면서 광양을 떠올린다거나 매실을 보면서 광양을 떠올린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특정 인물의 이름을 들려주었을 때 광양을 떠올릴만한 사람이 있을까? 

지난 2013년 기자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으로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 브랜딩’ 취재의 일환으로 미국의 문호 스타인벡과 헤밍웨이의 고향인 살리나스와 시카고 현지 취재에 참여한 바 있다. 세계적인 문호인 이들의 생가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으며, 그들을 기리는 사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직접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들 도시에는 각각 스타인벡과 헤밍웨이를 기리는 재단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었지만, 이들 재단은 철저히 민간 중심이다. 그 구성도, 운영도 민간차원에서 주도한다.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상근 직원은 없다.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 작가들의 사후 기념사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 도시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용되고 있다.

문학관이든 박물관이든 그 운영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없이 자신들의 인문적 자산을 활용하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역출신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마케팅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인근 구례군의 군립도서관의 명칭은 ‘구례매천도서관’이다. 광양출신이지만, 장년기 이후 구례에서 생을 보낸 매천 황현선생을 기리는 것이다. 또, 고흥군 종합운동장은 세계적인 축구스타였던 박지성의 이름을 따 ‘박지성종합운동장’이고, 프로레슬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일의 고향인 고흥군 금산면에는 ‘김일체육관’이 있다.

또, 음악가 윤이상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는 윤이상음악당이 있다. 지역과 연고가 있는 인물들을 통해 지역을 브랜딩하는 마케팅 전략은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사정은 어떤가? 구한말 애국지사 매천선생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광양에는 매천을 기리는 도로명이 있고, 신재 최산두선생의 사당 주변은 ‘신재로’로 명명되어 있다. 또, 윤동주 유고보존가옥 주변 도로는 ‘윤동주길’로 명예도로명을 부여하고 있다. 윤동주길로 명명된 진월명 망덕포구는 광양의 백운산 의병들이 구한말 왜인들을 공격해 첫 전과를 올린 곳이고, 당시 전투를 주도한 황병학, 황순모 의병장이 정부로부터 건국포장을 받았지만 이들을 기리는 흔적은 없다. 광양제철소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 김종호장관의 업적을 기려야 한다는 논의가 많지만, 김종호 장관 역시 전국적인 지명도는 없다. ‘인물의 고장’이라지만 막상 광양을 상징하는 인물로 누구를 내세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견없이 추천할 인물은 찾기 어렵다. 사람이든, 지역이든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다. 특출한 대중연예인 한 사람이 자기의 고장을 널리 알리는 시대다. 지역출신 인물을 통한 지역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 2일, 인근 순천시의 순천면국가정원에서는 ‘2022 김승옥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승옥은 정채봉과 함께 광양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순천시는 순천만에 김승옥과 정채봉의 생가를 복원해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광양이 이러한 인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채봉과 함께 한국 문단을 풍미했던 고 이균영선생의 문학비 제막식과 문학동산 조성 기념식이 9일 열린다. 이균영과 정채봉의 인연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이균영 선생의 생가도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지역출신 저명인사를 활용한 마케팅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