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送朴校勘遐歸覲(송박교감하귀근)

                                          양촌 권근

 

해질 무렵 서울에는 눈이 펄펄 내리는데

근친 가는 그대 옷이 너무나도 향기로워

한 많은 어머님 향해 구름만을 쳐다보네.

歲暮京華雨雪紛 郞君覲省彩衣薰

세모경화우설분 랑군근성채의훈

嗟余未慰門閭望 陟屺遙瞻芒浦雲

차여미위문여망 척기요첨망포운

시인의 어머님은 북망산으로 가 셨던 모양이다. 어머님이 자식에게 바라는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벼 슬에 올라 임금께 충성하라.

지조 있는 선비가 되어라. 치적을 남기 어 후대에 이름을 남겨라”는 등 여 러 가지 소망 사항을 예상할 수 있 었겠다.

여말선초의 대학자였지만 어머님의 소망을 다 이루어드리는 못해서 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었 던 모양이다.

잘 아는 친지가 근친 을 간다는 말을 듣고 어머님 묘소 가 있는 망포를 향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어머니 한(恨)도 아직 풀어 드리 지 못했는데(送朴校勘遐歸覲)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양촌 (陽村) 권근(權近:1352∼1409)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 해가 저물가는데 서울엔 눈이 펄펄 내리는데 / 근친 가는 그대의 색동 옷이 마냥 향기롭네 // 아! 나는 어 머니의 한을 풀어 드리지 못했으니 / 산에 올라가 망포의 구름만 쳐다 보곤 한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박교감이 멀리 부모 님을 뵈러 감에 붙여]로 번역된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엔 지방 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한양천 리’라 했다.

거리가 멀어서 쉽게 고 향에 가거나 한양을 향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런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시인은 친지 박교감이란 사람이 부모님을 뵈우러 간다(覲親)는 소식을 듣고 썼던 것이 시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시인은 부모님 을 오랫동안 뵙지 못한 것을 한스럽 게 생각하고 있던 차제에 친지의 말 을 듣고 즉석에서 쓴 시문으로 보인다.

또 다시 한 해 가 이렇게 저물가 는데 한양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음 으로 기구에 일으 킨 시상이다. 이어지는 연에서는 부모님을 뵈우러 가는 친지가 오랜 만에 고향으로 떠나면서 나들이 옷 을 입는 것이 아주 향기롭다고 표 현하고 있음은 특징이 있어 보인다.

위와 같이 시상을 떠올린 시인 의 입을 빌은 화자는 지금까지 어 머님 한을 풀어 드리지 못했음을 깊이 한탄하기에 이른다.

화자는 다시 산에 올라가 고향이 있는 망 포 쪽을 향하여 구름만 쳐다보았다 는 어떤 상황으로 다른 상황으로 전이시키는 시상을 만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 은, ‘해 저물어 눈은 펄펄 근친 옷이 향기롭네, 어머님의 한 남아 있어 망포 구름 바라보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 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양촌(陽村) 권근(權 近:1352∼1409)으로 고려 말, 조 선 초의 문신, 학자이다.

1367년 (공민왕16) 성균시를 거쳐 이듬해 문과에 급제하여 춘추관검열이 되었다.

우왕 때 예문관응교, 좌사의 대부를 거쳐, 성균관 대사성, 예의 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창왕 때는 좌대언과 지신사를 거쳤다.

【한자와 어구】 勘: 조사하다. 覲: 뵙다. 歲暮: 해 가 저물다. 京: 서울. 華雨雪紛: 눈 비가 내리다. 郞君: 그대. 覲省: 성 묘 감. 彩衣薰: 채색 옷에 향기가 나다. // 嗟: 탄식함. 余: 나. 未慰 門: 위문하지 못함. 閭望: 어미님의 한. 陟:오르다. 屺: 민둥산. 遙瞻: 멀리 쳐다보다. 芒浦雲: 망포(양주 군의 지명)의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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