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述樂府辭(술악부사)

                                괘애 김수온

시월의 얼음 위로 찬 기운 엉키는데

 

차라리 임과 함께 얼어서 죽을 지고

새벽닭 울지 말거라 네가 울면 나죽는다.

十月層氷上 寒凝竹葉棲

십월층빙상 한응죽엽서

與君寧凍死 遮莫五更鷄

여군령동사 차막오경계

사랑하는 임과 함께 있으면 추위 도 아량곳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추워도 춥지 않고 물씬 체온의 열 기는 차가운 얼음도 무르녹혔을 것 이니. 흔히 사랑의 묘약이라는 말 도 스스럼없이 한다.

남녀 간의 사 랑은 예나 이제나 끈끈하여 칼로도 벨 수 없는 불같은 그런 것이었음 은 분명해 보인다.

작가는 시월의 얼음 위로 찬 기운이 돌망정 차라 리 임(=악부시)과 함께 얼어 죽어 도 좋으니 새벽을 알리는 ‘닭아 날 이 밝으면 안 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차라리 임과 함께 얼음에 얼어 죽을지언정(述樂府辭)으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괴애 (乖 崖 ) 김 수 온 (金 守 溫:1410∼1481)이다.

위 한시 원 문을 번역하면 [음력 시월 층층이 쌓아올린 얼음장 위에 / 대나무 잎 을 깔아 만든 자리에 찬 기운만 돌 아 서로 엉키구나 // 내, 차라리 임 과 함께 얼어서 죽을지언정 / 닭아, 닭아 새벽닭아 제발 울지 마라]라 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악부사를 짓고 나서] 로 번역된다. 시인에 대한 일화는 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

그는 시와 문장에 뛰어나 1456 년 명의 사신 진감(陳鑑)을 맞이하 여 지은 [희청부喜晴賦]의 명성이 명나라에 알려져 김희청(金喜晴) 이라고까지 불렀다.

1466년 세조 가 문신 100여명에게 시·부·송 을 겨루게 했던 발영시 및 등준시 에서도 장원을 했 던 것들이 시적 배경이 되겠다.

시인은 악부시 를 짓고 나서 자 기의 감회는 남달 랐던 모양이다. 음력 시월 층층이 쌓아올린 얼음 위 에서 대나무 잎 깔아 만든 자리에 찬 기운이 돌아 엉킨다는 시상을 일으킨다.

계절적으로 찬 기운이 돌기는 하지만, 임과 함께 있을 생 각을 하니 마음이 편안하다는 시상 을 일으키는 시심을 발휘한다.

화자는 악부시를 의인화하지 않 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서 차라리 임으로 생각했던 악부시 와 함께 얼어 죽을지언정 꽁꽁 언 추위지 않느냐 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는다.

‘닭아, 닭아’를 반복하면서 새벽닭아 제발 울지 말라고 하소연 하듯 시심을 일으키고 있다. 시를 아낀 마음이 한껏 배어나는 화자의 절묘한 비유법을 만나게 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 은, ‘쌓아 올린 얼음 위로 찬 기운만 엉키구나, 임과 얼어 죽을지언정 새벽닭이 울지 마라’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 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괴애(乖崖) 김수온(金守 溫:1410∼1481)으로 조선초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시호는 문평(文 平)이다.

1441년(세종 23) 문과에 급제, 승문원 교리로 집현전에서 < 의방유취>를 편찬했고, 부사직 때 를 증수했다. 훈련주부, 집의, 병조정랑, 지제교를 지냈다. 1457년 중시에 뽑혔다.

【한자와 어구】 十月: 음력 시월. 層氷上: 층층 이 쌓아 올린 얼음 위. 寒凝: 찬 기 운이 엉기다. 竹葉: 대나무 잎. 棲: 자리. 깃들다. // 與君: 임과 함께. 寧: 차라리. 凍死: 얼어 죽다. 遮莫: 울지 마라. (遮: 막다. 가리다). 五 更鷄 : 새벽닭. 오경에 우는 닭. 새 벽 3시˜5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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