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落梅(낙매)

                           운초 김부용

 

박꽃이 시들더니 봄바람에 열매 맺어

해마다 쉬지 않고 봄소식에 이르나니

오히려 이별 슬퍼서 인간보다 낫구나.

玉貌氷肌苒苒衰 東風結子綠生枝

옥모빙기염염쇠 동풍결자록생지

棉棉不斷春消息 猶勝人間恨別離

면면불단춘소식 유승인간한별리

퇴계 이황을 가리켜 매선(매화 선비)이라 부른다. 매화를 극진히 사랑했기 때문이다. 매화를 두고 시를 쓰거나 화선지를 채우는 시인 묵객들 한량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매화는 모진 추위를 견디어 내면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 래서 매화를 일컬어 한매(寒梅)라고 했다.

강한 추위를 견디는 인내 를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봄바람 타고 매화꽃이 떨어지더니 열매를 맺어 봄소식을 전해주니 이별을 슬 퍼하는 인간보다 낫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오히쳐 이별을 슬퍼하는 인간보 다 낫구나(落梅)로 의역해본 칠언 절구다. 작가는 운초(雲楚) 김부용 (金芙蓉:생몰년 미상)으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옥 같은 하얀 꽃이 하나 둘씩 시들 어 가니 / 봄바람에 열매를 맺어 가 지마다 푸릇푸릇하구나 // 해마다 쉬지 않고 봄소식이 가쁜이 이르고 있나니 / 오히려 이별을 슬퍼하는 인간보다 낫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떨어지는 매화]로 번역된다. 매화는 봄이면 맨 먼저 한 계절의 처음을 알린다고 해서 봄의 전령이라고 한다. 매화가 봄을 알 리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다른 꽃 기다림의 성화를 더는 이기지 못했 던 모양이다.

이와 같은 시심은 이 제 봄의 자리를 양보하면서 떨어지 는 매화를 보는 것이 시적인 배경 이 되고 있다. 시인은 매화의 한 살이를 엮어내 려는 듯이 꽃이 피고 시들고 열매 맺는 과정을 유심 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무르익어 가는 봄이라는 자 리를 내주면서 옥 같은 하얀 꽃이 하나 둘 시들고 있다는 시상을 일 으키고 있기 때문 이다. 봄이 무르 익자 매화는 하염 없이 떨어진다.

그런 매화를 보면 서 시인은 봄바람에 열매 맺어 가 지마다 푸릇푸릇 매화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고 했다. 화자는 매년 반복되는 매화가 하고 있는 일을 읊고 싶었겠다.

그 래서 매화는 해마다 쉬지 않고 봄 소식 알고 있다고 하였다. 봄의 전 령이라는 그 소식을 화자 혼자만이 알리고 싶었던 것처럼 힘있는 봄의 화신의 역할이나마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매화가 이별을 슬퍼 하는 인간보다 더 오히려 낫다고 했을 지도 모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하얀 꽃이 시들어 가고 열매달 려 푸릇푸릇, 해마다 이른 봄소식 이별 슬픈 인간보다 낫네’라는 시 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운초(雲楚) 김부용(金芙 蓉:?∼?)으로 조선시대의 여류시 인이다. 조선 순조, 철종 때의 기생 이다. 평남 성천에서 이름 높은 기 생으로 가무와 시문에 뛰어났다 한다.

김이양의 인정을 받아 종유하 다가 1831년(순조31) 기생생활을 청산하고 김이양의 소실이 되어 여 생을 보냈다 한다.

【한자와 어구】 玉貌: 옥의 모양. 氷肌: 매화의 고운 모습 비유. 氷肌玉骨(빙기옥 골). 苒苒: 하나 둘씩. 쌩쌩하게. 衰: 시들다. 東風: 동풍. 結子: 열 매. 綠生枝: 가지가 푸르게 나오다. // 棉棉: 해마다. 끝없이. 不斷: 끊 이지 않다. 春消息: 봄소식. 猶: 오 히려. 勝人間: 사람보다 낫다. 恨 別離: 이별을 슬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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