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松(송) 삼탄

                                       이승소

 

한 치의 뿌리를 앞 섬돌에 심었더니

어느새 우뚝 우뚝 푸른 일산 기울려

껍질에 이끼 찍어서 받으리라 송진을.

寸根移植近前墀 已見童童翠蓋欹

촌근이식근전지 이견동동취개의

待得霜皮圍四十 斸開蒼蘚拾流脂

대득상피위사십 촉개창선습류지

소나무 이용 가치는 많다. 첫째 의 쓰임은 아무렴해도 집을 짓는 주재료가 소나무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둥과 서까래는 물론 들보 까지도 다른 나무는 제외하고 소나 무를 첫 번째 반열에 두었다.

산을 푸르게 하는 나무가 소나무이며, 사철 푸른 나무를 씩씩한 기상인 소나무에서 찾는다. 아궁이를 달구 어 구들장을 따뜻하게도 한다.

소 나무의 서리 맞은 껍질이 마흔 아 름쯤 되기를 기다려 푸른 이끼 찍 어내고 흐르는 송진 받겠다 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서리 맞은 껍질이 마흔 아름쯤 되기만 기다리며(松)로 제목을 붙 이는 칠언절구다.

작가는 삼탄(三 灘) 이승소(李承召:1422˜1484)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 치의 뿌리를 앞 섬돌 가까이 옮겨 심었더니 / 어느 새 우뚝우뚝 푸른 일산 기울인 듯 하여라 // 서리 맞 은 껍질이 마흔 아름쯤 되기를 기 다렸다가 / 푸른 이끼 찍어내고서 흐르는 송진 받으리라]라는 시심 이다.

위 시제는 [소나무로는]으로 번 역된다. 소나무의 쓰임은 다양했 다. 화목과 집짓는 재료의 활용도 등이 높아 재질을 잘 다듬어 활용 했다. 우리 선현들은 소나무의 절 개를 좋아했고, 늘 푸른 소나무의 번식에 대한 찬양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를 두고 쓴 시문을 가끔 발견하게 되어 눈 길을 끈다. 이런 점이 시적인 배경 이 되는 작품이 다. 시인은 집안에 소나무를 심었던 모양이다. 쑥쑥 자란 소나무 뿌리 를 앞 섬돌 가까 이 옮겨 심었더니 어느새 우뚝우뚝 푸른 일산을 만들 면서 시인이 사는 집 쪽으로 기울더 라는 시상을 일으켰다.

사물과 자연을 보면서 일으 킨 시상이지만 소나무를 무척이나 사랑했더니 소나무 또한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집 쪽으로 향했다는 서 로 끌어당기는 시상 주머니를 열어 보였다. 화자는 소나무에 정을 붙였더니 만 이제 화자의 심회에 찬 한 마디 를 뱉어낸다.

서리 맞은 껍질이 마 흔 아름쯤 되기를 기다렸다가 푸른 이끼 찍어내고 흐르는 송진 받으리 라 라고 했다. 소나무가 주는 알찬 사랑의 혜택을 더 크기를 기다렸다 가 함께 하겠다는 화자의 넘치는 시상을 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 은, ‘옮겨 심은 한 치의 뿌리 푸른 일산 기울일 듯, 마흔 아름쫌 되렸 더니 푸른 이끼 송진 발라’라는 시 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삼탄(三灘) 이승소(李承 召:1422˜1484)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고려 말 시중을 역임한 이춘부의 4세손으로 증조부는 이 옥, 조부는 이사근, 아버지는 병조 판서에 추증된 이온이다. 1438년 (세종 20) 진사시에 최연소로 합격 했다 한다. 1447년(세종 29)엔 문 과에 장원 급제했다.

【한자와 어구】 寸根: 한 치의 뿌리. 移植: 옮겨 서 심다. 近前墀: 계단 위의 공지 가까운 앞. 已: 어느 새. 見: 보이다. 童童: 동동 우뚝우뚝. 翠蓋: 푸른 일산. 欹: 기울다. // 待得: 기다리 다. 霜皮圍: 서리 맞은 껍질. 圍四 十: 마흔 아름 정도. 斸: 찍다. 開 蒼蘚: 푸른 이끼. 拾: 받다, 줍다. 流脂: 흐르는 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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