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塹城壇(참성단)

                                사숙재 강희맹

바다 위 외로운 성 참성단은 차가워라

 

바람 불어 이슬 기운 풀잎에 맺히는데

도인이 시를 읊으니 달빛만이 가득하네.

海上孤城玉界寒 風吹沆瀣露凝溥

해상고성옥계한 풍취항해로응부

步虛人在靑冥外 吟罷瓊章月滿壇

보허인재청명외 음파경장월만단

강화도는 단군의 유역지로 널리 알려진다. 남한에 있는 가장 오래 된 유적일 뿐 아니라 단군의 고조 선 통치와 관련한 곳이다. 참성단 은 고조선의 시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했던 제천단(祭天壇)으로 이 후 신성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고려 원종 때는 국난으로 왕이 직접 이곳에 올라 제사를 지냈다 한다. 시인은 참성단을 멀리서 바라보는 감회, ‘도인’이라고 생각하는 단군 은 하늘 밖에 있는데 달빛만이 혼 자 참성단에 가득 찼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시를 다 읊었더니 달빛만이 단에 가득차구나(塹城壇)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사숙재(私淑 齋) 강희맹(姜希孟:1424˜1483) 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바 다 위에 두웅 뜬 외로운 성 참성단 은 차가운데 / 바람이 이슬 기운에 불어서 이슬이 맺혔구나 // 허공을 걷는 도인은 푸른 하늘 밖에 있는데 / 시를 다 읊었더니 달빛만이 단에 가득차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마니산 참성단에 올 라]로 번역된다. 마니산 참성단은 민족의 영산이다. 단군신화와 함께 건국의 유서가 스며있는 산으로 많 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국가 안녕 을 기원했다. 체전 같은 국가적인 큰 행사를 즈음하여 성화聖火를 채 화하여 규정된 지역을 순회하는 아 름다운 전통이 이어지는 산을 찾았 던 것이 시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시인은 참성단 을 찾아와 과거를 회상한다. 시인이 찾는 강화도가 섬 이기 때문에 참성 단 또한 바다 위 의 외로운 성이라 는 시상을 떠올린 다. 바람이 이슬 기운에 불어 이슬 이 대롱대롱 맺혔 다는 멋진 시상은 기구와 함께 가구 佳句로 평가한들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화자는 전구에서 허공을 걷는 도인이 푸른 하늘 밖에 있음을 상상한다. 도인은 하늘에서 오신 단 군(檀君)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참성단으로 내려왔다 는 그 분은 보이지 않았는데 한 줌 달빛만이 이 단을 채워주고 있음을 회상하는 시상과 격을 맞추고 있다. 한 줌 달빛만이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는 이 참성단을 꽉 채워주고 있다고 읊어 격이 높은 시를 만나 면서 역사 의식에 숙연해 진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 은, ‘참성단은 차가운데 이슬 기운 맺혔구나, 허공 도인 하늘 밖에 시 읊으며 달빛 가득’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 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사숙재(私淑齋) 강희맹 (姜希孟:1424∼1483)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다른 호는 운송 거사(雲松居士), 국오(菊塢), 만송 강(萬松岡)으로 알려진다. 시호는 문량(文良)이다. 시(蓍)의 증손으 로, 할아버지는 강회백, 아버지는 강석덕, 강희안의 동생이다. 당대 의 뛰어난 문장가였다.

【한자와 어구】 寒: 차다 瓊: 옥의 아름다운 빛깔 玉界: 옥의 세계, 참성단을 뜻함 孤 城: 외로운 성 沆瀣: 밤의 맑은 이 슬. 이 이슬을 신선이 마셨다고 함. 凝溥: 맺히다 // 步虛人: 허공을 걷 는 도인. 靑冥外: 푸른 하늘 밖. 吟 罷: 시를 다 읊다. 시를 음미하며 읽다. 月滿壇: 달빛이 단에 가득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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