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稷粥稷粥(직죽직죽)[2]

                              제호 양경우

 

피죽이라 외쳐본들 무슨 이익 되겠으며

고을 아전 장부책에 세금이 너무 많아

피죽에 굶주린 배도 채우지도 못하리.

汝呼稷粥復何益 里胥手持官帖來

여호직죽부하익 리서수지관첩래

租稅之徵多色目 嗚呼稷粥充腸不可得

조세지징다색목 오호직죽충장부가득

아침에 관원이 와서 남편 옷 한 벌을 만들어 주려고 짠 옷 베를 칼 로 잘라가고 나니, 오후엔 다른 관 리가 또 와서 세금독촉을 했다는 비정한 시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의 우리 사회상은 모두가 그랬던 모양이다. 심지어는 매관매직도 번 번하게 일어나고 있었으니 더는 설 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관에서 거두어들인 세금 종류가 어찌 저리 많은지 아! 피죽으로 주린 배도 다 채우지 못하거늘 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피죽으로 차마 주린 배도 다 채 우지 못하는데(稷粥稷粥2)로 번역 해본 율(律)의 후구인 7˜9언 배율 이다. 작가는 제호(霽湖) 양경우(梁 慶遇:1568˜?)로 의병장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피죽이라 외쳐본들 무슨 이익이 되리오 / 고 을 아전들이 장부책을 손에 들고 와서 // 거두는 세금 종류는 어찌 저리도 많은지 / 아! 피죽으로 주린 배도 채우지 못하거늘]라는 시심 이다.

위 시제는 [피죽! 피죽인들]로 번역된다. 전구에서는 [피 끓여 죽 쑤어도 나쁘지 않아 / 지난해 추수 못해 백성들 굶주린다 // 푸성귀도 없는데 하물며 피죽이 있으랴 / 조 밥꽃 쌀밥꽃 먹지도 못하는데]라 고 하면서 어려운 백성들의 생활상 을 가감없이 그대로 노정했다. 이 작품은 그 때의 시대적인 상황이 배경이 되고 있다.

시인은 굶주린 백성들이 아무리 ‘피죽’이라 왜쳐본 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점에 시 상의 색깔을 칠하 려고 했다. 그래 서 백성들은 [피 죽이라 외쳐본들 무슨 이익이 되리 오]하면서 그 때 마다 고을 아전들 이 장부책 손에 들고 와서 거두는 세금 종류는 어 찌 저리 많은지 라고 하면서 그 때 의 상황을 자세히 알게 한다. 고을 아전들의 수탈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마지막 구절에서 다음과 같이 한탄한다. 아! 피죽으 로 주린 배도 채우지 못하거늘 이 라 하면서 [민가의 세금이 어디에 서 나올까(民家租稅從何出)]라는 화자의 부르짖는 한 마디를 피를 토하는 아픔의 한 줄기로 새겨 던 짐에 따라 시적 분위기를 자아낸 다. 피죽으로 배를 채워가며 어렵 게 살아가는 통렬한 아픔의 현장을 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 은, ‘피죽이 무슨 이익이랴 고을 아 전 장부 들고, 저리 많은 세금종류 피죽으로도 못 채운 배’라는 시인 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제호(霽湖) 양경우(梁慶 遇:1568˜?)로 조선 중기의 문신, 의병이다. 왜적이 금산을 치려 하 자 고경명은 양경우에게 진산을 지 키게 하고 자신은 금산에서 싸우다 가 패하였다. 이에 고경명을 구하 려고 가는 중에 아버지가 진산에서 순국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다.

【한자와 어구】 汝呼: 그대가 왜치다. 稷粥: 피 죽. 復何益: 다시 무슨 이득이 있겠 는가. 里胥: 고을 아전 모두. 手持: 손에 들고 오다. 官帖: 관의 장부 책. 來: 오다. // 租稅之徵: 거두는 세금의 종류. 多色目: 그 종류가 많 다. 嗚呼: 아아. 稷粥: 피죽. 充腸: 배를 채우다. 不可得: ˜(피죽으 로) 배를 채우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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