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기 발행인
황망기 발행인

지난해 포스코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출범과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활동에 들어간 광양 지역사회와 포스코의 상생협력 TF가 출범 1년이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이 최종 결정됐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포항 이전에 대해 전남도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그룹 차원의 본사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고, 광양참여연대는 ‘포스코케미칼의 본사 광양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설립방침이 발표되고, 포항 지역민들의 요구로 본사 포항이전 방침이 알려지자 광양 지역사회는 포스코의 ‘광양 패싱’에 서운함을 표시하며, ‘포스코에 대한 지역상생협력 촉구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 성명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후속 조치로 전남을 비롯한 광양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전남도와 광양 지역사회는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본사를 광양으로 이전하고 차후 신규법인 설립 시 본사 광양 설치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내 ‘수소・저탄소에너지 연구소’ 및 ‘이차전지 소재 연구소’ 광양 이전 ▲기존 전남지역에 대한 5조 원 규모 투자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과 이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광양제철소 내 ‘구매팀’ 신설과 ‘지역업체 구매물량 목표제’ 실시 ▲‘광양지역상생협력 협의회’ 에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의 의무적 참여 및 지역협력 사업 적극 추진이라는 5개항을 요구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포스코가 참여하는 이른바 상생협력TF가 구성됐지만, 1차 회의부터 포스코 측의 불참으로 난항을 예고했다. 4월에 열리기로 한 1차회의가 무산되고, 지역사회와 포스코가 만나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22년 5월 3일이었다. 첫 회의에서 양측은 지역사회 요구사항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계속 논의해 가기로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만 흘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3차 TF회의가 열렸지만, 역시 아무런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3차 회의에서 양측은 올해 2월 15일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내기로 합의했지만, 3월이 다가도록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회의에서 지역사회와 포스코는 어떠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과 합의에는 상대의 입장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어느 일방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고집하는 한 대회의 진전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상대방이 용인할 수 있는 한도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명분에 집착하다가는 끝내 어떠한 결실도 맺지 못한 채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지역사회 입장에서 기업의 본사를 유치하는 것은 지역발전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기업의 목적은 영리추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정기업의 본사를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요구 자체가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다. 포항의 사례를 들어 광양에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명분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포스코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이 지역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시혜나 배려가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결정이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 기업활동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고, 지역에 대한 기여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창출되는 것이다. 지역이 요구하는 바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대안을 제시해야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요구를 모두 외면하면서 기업활동에 대한 협력만을 강요한다면 이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는 일본 정부의 최근 처사와 뭐가 다르겠는가? 

기업의 경영환경은 급박하게 변하고 있고, 기업의 의사결정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렇지만, 그 기저에는 기업이 소재하는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무겁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시민’이라는 이념은 행동으로 보일 때 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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