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伯牙(백아) 

                                          용이 신항

        나 혼자 즐거워 거문고 타나니

        누구를 위하여 듣게 할 것인가

        종자기 남을 위하여 거문고를 탔던가.

        我自彈吾琴    不須求賞音    

        아자탄오금    불수구상음

        鍾期亦何物    强辯鉉上心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

사상이 같거나 마음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벗을 빗대었을 때 흔히 백아와 종자기를 생각하게 된다. 이를 빗대어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벗이 없다면 더없이 쓸쓸하다. 진정으로 대화 나눌 수 있는 벗이나 친자가 없다면 인생의 참 맛을 알기가 어렵다는 말도 흔히 하기는 한다. 노래를 잘 알아듣는 종자기는 어떠한 사람이기에 그토록 힘써 거문고를 잘 알아들었단 말인가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남을 위하여 그토록 거문고를 탓더란 말인가(伯牙)로 의역되는 오언절구다. 작가는 용이(容耳)인 신항(申沆:1477~1507)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내가 즐겨하면서 스스로 거문고를 탔더니 / 구태어 딱히 누구를 듣게 할 사람은 없었다네 // 노래를 잘 알아듣는 종자기(鍾子期)는 어떠한 사람이기에 / 그토록 힘써서 거문고를 잘 알아들었단 말인가]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백아를 생각하며]로 번역된다. 열자 탕문편에 보면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고사가 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높은 산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산 솟음이 태산 같다고 했고, 강을 표현하면 큰 강물이 도도히 흐르는 듯하다고 했다. 종자기가 병을 얻어죽자 일세의 명인인 백아는 그만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어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

 시인은 가끔 혼자서 거문고를 탔던 모양이다. 거문고를 탈 때마다 이런 고사를 머릿속에 염두하면서 탔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내가 즐겨 스스로 거문고를 타고 있는데, 구태어 누구에게 듣게 할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누군가가 시인이 타고 있는 거문고 소리를 잘 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위인이 없었다는 시상을 일으킨다.

 거문고를 탈 때마다 이런 따분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갑자기 음악을 잘 알아듣는 종자기를 생각했다. 음악을 잘 알아듣는 종자기(鍾子期)는 어떤 사람이기에, 그토록 힘써서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던가라고 했다.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듣는 종자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상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내가 즐겨 거문고 타니 듣게 할 사람 없네, 종자기는 어떤 사람 거문고를 잘 알아듣나’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용이(容耳) 신항(申沆:1477~1507)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1499년(연산군 5) 오위도총부도총관을 겸하였고, 1502년 귀후서제조, 혜민서제조를 지내며 통헌대부에 올랐다. 중종반정 때 가담하지 않았지만 1506년(중종1) 원종공신 1등에 책봉되고 봉헌대부에 올랐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我自彈: 나 스스로. 彈: (거문고를) 타다. 吾琴: 나의 거문고. 不須: 기다리지 않다. 求: 구하다. 賞音: 고운 소리를 감상하다. // 鍾期: 종자기.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던 사람. 亦: 또한. 何物 : 어떤 사람인가. ‘物’은 사람을 가르침. 强: 억지로. 辯: 분별하다. 鉉上心: 현의 마음. 소리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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