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흥 남 (前 한려대 교수, 문학평론가)
전 흥 남 (前 한려대 교수, 문학평론가)

‘광양의 작가’ 이균영(1951-1996)은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바람과 도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바람과 도시』(1985), 『멀리 있는 빛』(1986)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노자와 장자의 나라』(1995), 『떠도는 것들의 영원』(2001)이 있다. 1984년 중편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다가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광양사람이면 두루 알고 있는 이균영 작가의 약력이다, 그의 유고집(遺稿集) 『나뭇잎들은 그리운 불빛을 만든다』에 소개된 작가의 프로필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에 유고집이 빠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기회에 유고작에도 관심이 확산되었으면 싶다. 

유고집에는 「나뭇잎들은 그리운 불빛을 만든다」, 「빙곡」, 「자유의 먼 길」 등 3편의 중장편이 수록되어 있다. 유고작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미처 갈무리를 못한 부분들도 눈에 띈다. 특히 『빙곡』은 해방공간의 좌우 혼란기에도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균형감각을 갖고 혼란기를 감내하려는 박용태라는 인물을 부각시키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김범우를 연상케 한다. 

이외에도 박용필을 비롯해 해방 이후 역사의 격랑기를 헤쳐 나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들이 설계하는 민족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담론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불의의 사고로 미완성에 머물고만 점은 두고두고 안타깝다. 

이균영은 1996년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 단편 28편, 중편 5편, 장편 4편, 동화 10편 등을 창작할 정도로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하였다. 80년대 중반 이후로 90년대 중반까지는 문학활동을 거의 중단한 채 역사학자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이 시기 이균영은 학자로서 필생의 역작인 『신간회 연구』를 상재함으로써 1993년 제8회 단재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균영은 중편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1986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행한 연설에서 “자유는 작가의 정신을 이루는 근간이라 확신합니다. 저의 소설 역시 고향의 유년시절과 같이 자유로운 공간을 보상받기 위하여, 그리고 그것을 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공간이었습니다”로 남아 있고 술회한 바도 있다. 

위의 수상소감에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그는 시간의식뿐만 아니라 공간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에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었다. 예컨대, 그의 소설에는 고향인 광양, 젊은 시절의 치열함을 간직한 서울, 항일무장투쟁의 무대인 백두산과 그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장소애(Topophilia)가 반영되어 있다. 

요컨대 이균영 작가는 유년기 체험과 성장기 도시생활, 근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서 학식을 발휘하여 고향을 표상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균영은 자신의 고향인 광양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고향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창작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발휘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광양 지역의 전통 풍습과 언어를 담고 있으며,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역사적 성장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늘이 시샘한 광양의 작가’(박혜강) 이균영은 역사에 충실했던 인물들의 삶의 진실을 복원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는 역사로서의 소설, 소설로서의 역사를 위해 쉼 없이 정진했던 문사(文士)였다. 그의 소설에 나타난 인생과 역사,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그의 사랑과 헌신을 느낀다. 이균영 작가의 요절(夭折)은 역사학자이기 이전에 우리 문학사에서도 두고두고 큰 손실이다. 

이런 내용으로 필자는 6월 1일(목) 중마도서관에서 강의를 한다. 이균영 작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좀 더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동시에 필자 역시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견지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스민다. 

chn00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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