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勸學者(권학자) 

                                       회재 이언적

        학문의 바른 뜻은 성인을 배움이요

 

        성인된 바른 공은 인륜에 근본이라

        진실로 표준 되오니 수신제가 합시다.

        爲學應須學聖人    聖功元是本彛倫

        위학응수학성인    성공원시본이륜

        數編格語眞繩墨    熟講精通可律身

        수편격어진승묵    숙강정통가율신

성리학은 중국 남송의 주희가 집대성한 유학의 한 파로 이기설과 심성론에 입각한 격물치지를 중시하는 실천 도덕과 인격과 학문의 성취를 역설하였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기에 들어와 조선의 통치 이념이 되었고, 길재, 정도전, 권근, 김종직에 이어 이이, 이황에 이르러 조선 성리학이 체계화되었다. 시인인 회재 또한 후진에게 학문을 권하는 데는 다를 바 없이 서정적인 시문보다는 교훈적인 권학문을 쓰면서 수신해야 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학문을 하는 것은 성인을 배워야 했으니(勸學者)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이다. 위 시 원문을 의역하면 [학문을 하는 것은 성인을 배워야 했으니 / 성인이 되는 공은 인륜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네 / 몇 권의 격조 있는 말들이 진실로 표준이 되었으니 / 몸에 익혀 정하게 통하면 몸을 다스릴 수 있으리]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배우는 자에게 권하다]로 번역된다. 동방 5현은 동방의 다섯 현자로 조선에서 배출해낸 현자로 일컬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을 가리킨다. 다섯 현자를 영남학파들은 정여창, 김굉필, 조광조, 이황 등과 함께 바로 회재 이언적을 그 반열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남인인 영남학파의 이런 의견은 기호학파의 서인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같다. 회재는 문학적인 재능 보다는 성리학의 주종을 이루었다고 보여진다.

 시인은 늘 교훈적인 중심에 서있었던 꼿꿋한 도학자였다. 그래서 그는 시상을 일으키기 위해서 ‘학문→성인→인륜’이란 점층법을 사용하느 모습을 보게 된다. 이를 통해서만이 몸을 다스려야 된다는 성현의 가르침을 시문을 통해 점화시켰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화자의 입을 빌은 시인은 인륜의 근본은 말과 행동을 통해 표출된다는 언행일치 사상도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모습도 생각하는 면이 이 후정(後情)에서 보인다. 격조 있는 말과 행동은 진실로 표준이 되는 것이니 최종적으로 몸을 다스려야 된다고 가르친다. 논자들은 흔히 성리학과 주자학의 기본이었음을 간과하게 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학문은 성인 배워야 인륜을 근본 삼네, 격조있는 말 표준되니 바른 몸을 다스리라’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원래 이름은 적(迪)이었으나 중종의 명령으로 언적(彦迪)으로 고쳤다. 경주에서 태어나 외숙인 손중돈에게 글을 배웠으며 1514년(중종 9)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을 시작하여 사헌부 지평 등 여러 관직을 거쳤다.

【한자와 어구】

爲學: 학문하는 것. 應須: 응당 모름지기. 學聖人: 성인을 배우다. 聖功: 성인의 공. 元是: 원래 ~이다. 本彛倫: 본래 인륜을 밝히는 것이다. // 數編: 몇 편. 格語: 격조있는 말. 眞: 참으로. 繩墨: 표준으로 삼다. 표준이 되다. 熟講: 익히 강하다. 精通: 정밀하게 통하다. 可律身: 가히 몸을 다스리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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